나에게는 가늘고 긴 꿈이 있어 -17

나만 연연하는 그림일기 - 그 사람은 원래 그래, 원래.

by 제인

"야이 씨! 너 어디 갔다 왔어!"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A가 날 찾았다. 뒷모습으로도 나는 그가 누군지 알아보았고, 잰걸음으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그는 나를 보자 화가 더욱 치밀어 오르는지 삿대질을 해가며 소리를 질렀다. 옆에 누가 있든, 신경 쓰이지 않는 듯했다. 나는 그의 태도가 그리 놀랍지 않았다. 그는 그럴 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저 묵묵히 무슨 얘기를 하나 들었다.


30분 전, 그는 내가 문의한 건에 대해 한 마디 말로 일축했다. 내가 틀렸다는 거였다. 그렇지만 나는 그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어 그의 판단과 나의 생각을 처음 문의한 사람에게 전달했다. 그쪽에서는 생각해 본 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의 판단이 그를 분노케 한 것이다. 그는 그저 자신이 내린 결정에 내가 마음대로 개입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 이유로 침을 튀기며 삿대질을 하고, 반말을 하고, 사람들 앞에서 나를 모욕했다.


나는 그가 그렇게 화를 내고 돌아간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그가 틀렸고 내가 맞았음을 알았다. 그때 내 마음은 '안 부끄럽나'였다. 모든 사람은 실수를 한다. 행동 실수를 하거나 말실수를 하거나, 판단 실수를 한다. 결과적으로 그는 판단 실수를 했다. 그 실수 자체는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가 내게 보인 언행은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다음 날, 내가 보고하기도 전에 누군가 먼저 팀장에게 말을 한 건지 '그 사람 알잖아. 이해해' 라며 나를 다독거렸다. 나는 그의 표정도, 나를 보던 사람들의 시선도 잊을 수 없었다. 그날, 그는 나를 따로 불러 양해해 달라고 했다. 나는 답지 않은 그의 사과에 답하지 않았다.


그와 같은 사람을 많이 보았다. 그리고 가끔 그들의 삶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궁금하기도 했다.

'그 사람은 원래 그래' 그게 가장 무서운 말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어느 선까지 용인할 것인가. 참으면 뭐가 남고, 안 참으면 뭐가 되는 걸까.



IMG_3771.jpeg 도로, 나무 풍경

길을 걷다가 멀리 앞을 보면 어딘가에 끝이 있다. 뒤에도 분명 끝이 있다.

어디에 서 있든 그 끝은 내 앞에 오고야 만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나의 점으로 앞뒤가 만날 때, 내 앞에 펼쳐진 풍경이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오늘의 그림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