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연연하는 그림일기 - 무대 위의 소설 '짙은 콘서트'와 그림 그리기
내가 처음 들었던 짙은의 노래는 2008년에 발매된 '곁에'였고 이후 앨범이 발매될 때마다 열심히 찾아들었었다. 데뷔한 지 20년이 되었으니 그 노래들을 만들고 불렀던 가수도 그럴테지만, 작년에 읽었던 책을 올해 읽으면 또 다른 감상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처럼 노래도 오랜만에 들으니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콘서트에 가기 전 앨범을 열어보며 한 곡 한 곡 들을 때마다 그 노래들이 심어준 기억도 떠올랐다.
나는 2014년에 발매된 '짙은'의 [diaspora: 흩어진 사람들 EP]에 수록된 '해바라기'를 가장 좋아한다. '해바라기'는 음악 앱에서 '올해 가장 많이 들은 곡'에 매년 상위권에 안착해 있다. 소설 쓸 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곡이고, 그래서 가장 자주 듣는 곡이기도 하다.
콘서트에서 가장 기대를 했던 곡은 '해바라기', '잘 지내자, 우리', '안개', '고래', 'Feel alright'이었는데 그중 '잘 지내자, 우리'가 울려 퍼질 때 잠시 멍했던 것 같다. 인간은 사랑으로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을까, 그리고 어디까지 마음이 무너질 수 있을까, '짙은'은 자신의 노래에 대해 '진짜 지질하잖아요'라고 했는데, 그래 그 지질함은 결국 상대에게 어떻게 각인될까에 대해 잠시 고찰해 보았다(하하).
밖에 눈이 내린다는데 콘서트가 끝나면 눈은 멎어있고, 눈을 밟을 정도는 쌓여있으면 좋겠다는 말에 모두 호응하며 시작된 콘서트는, 2시간을 훌쩍 넘겨 끝났다. 밖으로 나오자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가로등이 켜진 거리를,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각자 갈 곳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사랑은 사랑이고, 노래는 노래고, 즐거웠던 시간도 흘러가고, 이제는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인 내 위를 달래기 위해 겨울과 어울리는 빨간 음식 '떡볶이'를 사들고 따뜻한 집으로 들어갔다.
부른 배를 두드리다, 관객에게 나눠준 크리스마스 쿠키를 먹을까 말까 고민을 잠시 했다가 결국 트리 모양 쿠키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쿠키 위 데코용 설탕을 입 안에서 녹이며 속으로는 'December'를 흥얼거렸다. 올해도 잘 가고 있구나, 나의 디셈버.
돌아선 뒷모습에 낯설음을 느낄 때
내가 아닌 누군가 그대 곁에 머무르겠지
밝아오는 아침에도 결코 꺼지지 않고 빛날
별빛이 흐르네
명색이 그림일기인데, 그림을 빼먹을 뻔(정신 차려) 했다. 최근 크리스마스 카드 만들기를 끝내고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그래도 끄적이는 일은 게을리할 수 없다는 생각에, 판다 실루엣을 따라 그리고 있는데, 생각보다 재밌다. 어떤 건 러바오 같고 어떤 건 아이바오 같다. 푸바오, 루이, 후이도 보인다. 어떻게 그렇게 보이냐고 묻는다면, 그냥 보면 보인다. 사랑 인 거지(하하).
좋아하는 눈과 실컷 뒹굴기를 바라며, 있는 힘, 없는 힘을 열심히 끌어모아 겨울을 보내보자.
가장 최근에 그린 그림이다. 머리를 위한 동그라미 하나, 팔다리를 위해 작대기 네 개를 그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일단 눈, 코, 입을 그렸다는 것에 큰 점수를 준다(내가 나에게).
언제 완성될지 모르는 이 그림에 미안해, 나는 또 실눈을 하고 스케치북을 넘기겠지.
아, 지난 번 그리다 만 나무 그림이 머리에 스쳐간다(모르는 척).
오늘의 그림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