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가늘고 긴 꿈이 있어 - 27

나만 연연하는 그림일기 - 4월에 대해

by 제인

돌아보면 매해 4월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계절의 변화와 상관없이 4월이 오는 것이 반갑지 않았다. 4월은 따뜻한 이름을 가졌지만, 여전히 온기가 필요한 계절이다. 봄의 얼굴을 하고 눈이 내리기도 하고, 정리한 옷장을 뒤적거리게 했고, 기존의 일에 새로운 일까지 쏟아지기도 했다. 4월의 하루하루를 세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주가 지나면, 다음 주쯤에는, 아니 월 말에는...... 하고 말이다.


어릴 때는 새 학기인 3월이 되면 다짐 같은 것을 했다. 나라는 사람은 변하지 않았으면서 친구들을 사귈 때는 그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가야지라고 말이다. 그러다 4월이 되면 '아, 그래 내가 별 수 있어?'라며 다시 돌아간다. 나는 다가가면서도 외로웠던 것 같고, 곁을 주는 사람이 있으면 되려 불안했던 것 같다.

내 마음 같지 않던 3월이 지나고 4월이 오면, 교실 속 아이들의 관계는 곧 여름을 준비하는 것처럼 색을 띠기 시작한다.


오랜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우리의 처음이 떠올랐다. 그 아이는 4월의 어느 날, 버스 안에서 내게 처음 말을 걸었는데, 성격도 활발하고, 유머러스해 주변에 친구가 많던 아이였다. 몇 차례 같은 버스 안에서 마주친 후 내게 집이 어디냐고 물었고, 그 뒤의 대화는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서 교실까지 같이 걷고 집에도 같이 오고 나중에는 서로의 집도 오갔고, 학원도 같이 다녔다. 그땐 다른 새로운 친구가 생겨도 우리는 마음속으로 서로가 베스트프렌드라고 맹세한 것처럼 굴었다.

다른 학교를 가고, 서로의 거취가 바뀌었어도 우리는 가끔 연락하며 안부를 물었다. 몇 년 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편했고, 남들한테 말하지 못했던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그 애에게는 너무 쉽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그런 내가 낯설다고 하면, 그 애는 '친구니까'라고 했다.

그렇게 만나고 돌아와 소식이 뜸해지고, 몇 년이 지나 갑자기 약속을 잡아도 우리는 또 몇 년 치의 근황을 브리핑한 후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며, 각자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그 애가 털털하게 웃어도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나도 친구니까 알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나의 10대 때도, 싱숭생숭한 4월에도 '봄날의 햇살 같은 친구', 그 애가 있었다.



별 다른 기억 없이 지나간 달도, 힘들었던 달도 끝내 잘 버텨서, 생채기 난 바위 위에 무언가로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린 그림이다. 서로 딱 붙은 돌 사이에도 틈이 있고, 숨 쉴 곳이 있고, 드리워진 어둠이 맞물린 서로를 빛나게 한다. 위로 뻗은 가느다란 줄기와 꽃들이 제 이름을 외치는 것처럼 계속 흔들릴 것이다.

각자가 선 자리에서 서로를 응원하며.

IMG_4398.jpeg 바위 위에 핀 꽃


오늘의 그림일기 끝.




4월을 들어보자.

April - Time - Hideyuki Hashimoto (Live at Myonichikan, April 25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