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연연하는 그림일기 - 물 밖에서 보는 풍경
한 해의 목표를 세워 본 지 꽤 오래되었다.
하루하루 잘 지내다 보면, 견디다 보면 시간은 흘러가 있었다. 어떤 일은 해결되어있기도 하고, 잊히기도 하고, 여전히 진행 중이기도 하다. 작년의 고민을 올해 똑같이 하고 있지 않다는 건, 내가 다른 사람이 됐다기보다 고민을 작게, 얕게 생각해 버리자는 마음 가짐 때문인 것 같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내 것이 아니면 결국 떠나거나 오지 않는 것 같은 것처럼, 애써 사람 마음을 얻거나 물건에 욕심내지 않기로.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이건 하지 말자'라는 게 더 명확해지는 것 같다.
물 위로 뛰어오른 돌고래를 그리며 물방울 표현을 배워 보았다. 그릴 때 망설임이 있어 선이 고르지 못하고 명암을 더 짙게 해도 되는데 이 정도면 되려나..... 생각하고 마무리하고 만다. 그렇지만 돌고래가 뛰어오른 순간은 잘 그려진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완성된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고만 있지만, 언젠가 나만의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어떤 그림일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그리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계속 연습하는 중이다.
브런치 독서클럽 챌린지가 시작되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병렬독서 중인데, '하루에 한 챕터라도 읽자. 도파민에 절여진 내 뇌를 깨우자'라는 마음으로 억지로라도 책을 펼치려고 하고 있다. 모셔놓기만 했던 '방랑자들'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여행할 때의 내 모습과 생각들이 겹칠 때가 있다.
여행지에서 그 나라 말을 써보려 애쓰는 나,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화면을 줄였다가 늘였다가 하는 나, 각 나라의 숙소와 시그니처향을 비교해 보는 나, 날씨와 시차와 문화에 적응하는 나 등 무수한 나를 떠올려 보고 있다.
여행은 우여곡절이 많을수록 교훈이 가득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서 돌이켜보면 순조롭게 흘러갔던 여행보다 더 뇌리에 박혀 그때의 추억에 대해 수백 번을 곱씹게 되는 것이다. 가끔 무모했던 나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지만, 결과적으로 나의 안전지대로 잘 돌아왔다.
고개를 내밀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는 것을 아니까, 그래서 숨을 참고 날아오르고 싶은 것 아닐까.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찬 호흡과 물방울들이 나를 위태롭게 할지라도 말이다.
오늘의 그림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