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사영 - 마주한 얼굴(1)
사윤의 가방에 넣어둔 위치추적기는 제대로 작동할지 의심했던 게 무색할 만큼 이동 경로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핸드폰 애플리케이션에 움직이는 점은 의외의 장소에 있었고, 분명 혼자 이동할 수 없는 위치였다. 시간이 지나도 더 이상 움직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위치를 확인했다.
재소읍 보건지소는 지역 인구가 줄고 몇 년 전부터는 공보의가 모두 떠나면서 폐소 된 곳이었다. 폐업한 병원에서 썼을 법한 승합차는 외부에 적혀있던 ‘환자 이송‘이라는 글자를 페인트로 지운 듯했다.
조수석에 올라타는 사윤과 곧 뒷문으로 나와 운전석에 타는 김정무를 보았다. 두 사람은 여기에서 무엇을 했던 걸까. 곧 시동이 걸리고 천천히 움직이던 바퀴는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핸드폰을 열어 둘의 위치를 확인했다. 점 표시는 지소에서 꽤 멀어진 상태로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잠긴 앞문 대신 뒷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손잡이를 붙잡자, 안쪽에서 누군가 문을 당기더니 문을 잠그는 것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핸드폰에서 들리는 예능 프로그램의 소리에 나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희연쌤?”
소리가 멈췄다. 그녀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 프로그램을 돌려 보았다. 볼 때마다 배꼽이 빠질 것 같다며 끅끅대며 웃었다. 나는 손잡이를 돌리고 잡아당겼다. 가슴이 터질 것같이 뛰고 있었다.
“저 사영이에요. 문 열어주세요.”
찰칵하는 소리와 둥근 손잡이가 돌아가는 게 보였다. 열린 문틈으로 희연이 보였다. 그녀는 핸드폰을 손에 쥔 채 놀란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여긴 어떻게…….”
나는 문을 밀었다. 그녀는 입을 벌린 채 한 걸음 물러섰고 나는 재빨리 들어가 그녀의 앞에 선 후 문을 닫았다.
희연과는 화주 종합병원 병동에서 함께 일했던 사이였다. 그녀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오른쪽 목을 타고 내려와 손등까지 이어지는 뱀 문신을 한 남자가 이희연을 만나게 해 달라고 원무과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다 오늘은 근무하지 않는다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데려오라고 포악을 떨었다. 그는 대기실에 앉아 병원을 찾은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다 결국 업무 방해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병원 밖으로 쫓겨났다.
그 일로 희연은 일반 사원은 들어가 보지도 못할 병원장실까지 불려 갔다. 소문으로는 그녀가 어느 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훔쳐 팔았다, 본인이 직접 투약했다, 그녀가 일했다던 병원이 뉴스에 나온 적이 있다는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밤 근무 전담으로 일했던 그녀는 반년 만에 퇴사했다. 이후 가끔 그녀를 보았다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어디에서 일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녀의 손가락이 꺼져있던 핸드폰 화면을 건드렸다. 그녀의 티셔츠에 새겨진 금박 무늬가 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나는 핸드폰을 뺏어 뒷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야! 왜 이래!”
“사윤이랑 사무장님이 여길 왜 온 거죠?”
“누가 여길 왔다 그래?”
“다 봤어요. 둘이 같이, 여기서 나가는 거 봤다고요.”
“…… 난 몰라. 난 그냥 우연찮게…… 문이 열리더라고, 그래서 가끔 와서 쉬다 갔어. 오늘도 쉬러 왔고.”
“말…… 돼요?”
“아, 그러면 믿지 말던가! 어쨌든 난 나가려던 참이야. 폰이나 내놔!”
“문 잠갔잖아요. 나가는 거였다면, 문을 잠그는 게 말이 안 되죠”
“폰 달라고.”
나는 뒷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문을 열어 주었다. 내 행동에 그녀는 의아한 듯 서 있다가 핸드폰으로 뒷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어댔다.
“미쳐버리겠네.”
“가세요. 나가려던 참이라면서요.”
“너는?”
“저도 좀 쉬었다 가려고요.”
그녀는 할 말을 잃은 듯 가만히 서 있었다. 열린 문 사이로 더운 바람이 들어왔다. 이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다. 인근에 공장이 몇 개 있었지만, 빈집이 점점 늘면서 오가는 이 없이 적막한 곳이 되었다.
우리는 지지 않겠다는 태세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끔 들리는 새소리와 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만이 현실이라고 자각시켜 주는 듯했다.
“사실은…… 내가 여기서 하면 안 되는 일을 좀 했어. 너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그래.”
“…… 전 쌤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게 아니에요.”
“무슨 소리야?”
목이 말랐다. 혀를 내밀어 아랫입술에 침을 발랐다. 입술을 물었다가 놓자, 풀로 거미줄 만들기 놀이를 할 때처럼 아주 끈적하게 붙었다가 떼어졌다.
“윤 호, 그 사람 …… 여기 있죠?”
“누구? …… 여긴 아무도 없어, 내가 그런 것도 확인 안 하고…….”
“하면 안 되는 그 일은 비밀로 해줄게요. 그러니까 안에 들어가서 좀 봐야겠어요.”
그녀는 담배를 꺼내다가 라이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라이터를 주우려던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담배도 굴러 떨어졌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가락을 보며 나는 문을 더 열어젖혔다. 나는 여기에서 그녀와 입씨름하며 시간을 더 버리고 싶지 않았다. 내 인생은 낭비투성이었다. 내가 하고 싶어 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담배를 주워 올리던 그녀의 어깨를 밀었다. 그리고 그녀의 비명이 끝나기 전에, 빠르게 문을 잠그고 안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접수처, 대기실, 진료실을 살펴보았지만 누가 있었던 흔적은 없었다. ‘약품 창고’라는 명판이 달린 문을 뚫어져라 보았다. 이곳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문을 조금 열자마자, 그곳에 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따금 나는 안치실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옥상으로 가는 버튼을 눌렀다가 다시 지하층을 누르길 반복했다. 병실에서 죽음을 맞이한, 사망한 이의 손이 마지막까지 산 자에 의해 붙잡힐 때 나는 죽은 이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그 방의 공기, 죽은 자와 산 자의 호흡이 뒤섞인, 여유 없이 바삐 떠난 자의 숨이 떠오르는 풍경.
호는 숨을 쉬고 있었지만, 죽은 사람 같았다. 나는 그에게서 나는 냄새가 역겨워 입을 틀어막았다. 멀찍이서 한참이나 그를 바라본 후에야 그 얼굴을 기억해 냈다. 결혼식 후 예식장 건너편에 있는 한식당에서 당숙이라는 분이 호의 어린 시절에 대해 침을 튀겨가며 말했었다. 어릴 때 유난히 작은 데다 마르기까지 해, 제 어미가 살찌는 데 좋다는 거라면 뭐든 먹였다고 했다. 여행을 다녀온 직후 호는 장 안에 처박혀 있던 앨범들을 모조리 끄집어내 그때의 사진을 찾아냈다.
그 사진 속의 마른 얼굴이 지금과 비슷했다. 나는 시트를 걷어 그의 몸을 보았다. 소실된 사지의 근육, 뼈를 싸고 있는 피부, 마르다 못해 줄어든 그 몸에 기저귀를 찬 모습의 호는, 속박당해 절대 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둥글게 말린 손은 다시 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앞으로 뻗어진 발로는 다시 걷지 못할 것 같았다. 바닥에 ‘경관 급식 환자식’이라고 쓰인 박스 안에 급식용 캔들이 쌓여있었다. 4년 동안, 여기 이렇게 있었던 걸까. 욕창이 생겼는지 그의 팔꿈치와 발뒤꿈치에 거즈가 대 있었다.
그를 이렇게 둔 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
죽이지 않기 위해서인가.
누가, 왜 이렇게 만든 것일까.
어쨌든 그는 죽지 않았다. …… 죽지 않았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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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폭우로 산비탈 흙이 무너져 내렸는데요. 오늘 오전 주변을 둘러보던 주민이 사람 뼈로 추정되는 뼈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현재 머리뼈, 갈비뼈, 팔뼈가 발견된 것으로 보이며, 나머지 신체 일부는 발견 장소 주변을 확대해 수색하고 있습니다. 함께 발견된 상의 의복으로 보아 2년 전 실종 되었던 김예준 군일 가능성이 높아 타살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간다는…….]
“진짜 예준이면 어떡하죠? 진짜 예준이면 어떡하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