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사영 - 마주한 얼굴(3)
화주 경찰서 현관으로 들어오면 우측 끝에 형사팀이 있었다. 나는 핸드백을 두 손으로 꽉 쥔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 경위가 벌떡 일어서서 다가왔다. 그의 앞에 앉아 있던 사윤은 나를 보자마자, 손에 쥐고 있던 종이컵을 구겨 쓰레기통에 넣었다. 이 경위는 내게 따로 할 말이 있다며 1층 민원인 대기실로 데려갔다. 자판기 앞에서 지갑을 꺼내는 그를 보며 마실 것은 됐다고 말하자, 그는 의자를 가리켰다.
“어머니, 김예준 실종 사건 기억하시죠?”
“네. 그…… 뉴스 봤어요. 발견됐다는 시신이 그 애 같다고.”
“사윤이 말이, 시신과 같이 발견된 유류품 중 얼굴 모양 점토 배지가 자기 것 같다고…… 그래서 확인시켜줬는데 자기 것이 확실하대요. 직접 만든 거라 알 수 있다고요.”
“…… 그게 왜요? 그게 문제가 되나요?”
“사윤이가 그 배지를 준 적이 없대요.”
“그럼, 누구에게 줬는데요?”
“아버지에게 줬답니다. 아버지가 실종되던 날, 사윤이가 직접 아버지 셔츠에 그걸 달아줬대요.”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무릎에 올려둔 핸드백을 옆 의자로 치운 뒤 그에게로 몸을 돌렸다.
“벌써 몇 년 전인데요. 애가 착각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준 배지를 예준이가 가지고 있었고……. 그러니까 그 사람이 예준이에게 줬을 수도 있잖아요.”
“화주 종합병원 사무장, 김정무 씨 아시죠?.”
“…… 네?”
“화주 종합병원 원장의 형이기도 하고, 부인은 병설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고요. 어머니도, 사윤이도 그 유치원을 다녔으니 잘 아시겠죠. 사윤이 말이, 어렸을 때부터 그 사람에게 나쁜 짓을 당했다고 하더군요. 예준이가 실종되기 전에 셋이 만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어머니, 단순 실종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저희도 그 부분을 다시 수사하려고 해요. 김정무 씨 알리바이도 확인할 거고요.”
“…… 경위님, 사무장님은 남편이 실종된 후에 여러 가지 신경 써 주신 분이에요. 정기 검진 갈 때마다 아이와 함께 가주셨고요. 사윤이가 예준이를 환우 모임에서 만났으니까, 사무장님도 오가며 만났을 수도 있잖아요. 그게 예준이 실종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예요?”
이 경위가 손에 쥔 지갑을 만지작거렸다. 오래된 가죽 지갑은 손때가 타고 광택을 잃었지만, 형태만은 흐트러지지 않아 보였다.
“우선 여성 청소년범죄 수사팀에서 사윤이 진술에 대해…….”
나는 그의 눈을 보기 위해 고개를 틀었다.
“…… 저, 잠시만요, 잠시만요. 잠시만요…….”
갑자기 목이 불타는 것처럼 아팠다. 나는 한 손으로 목 부분을 잡고, 한 손으로 일회용 컵을 꺼내 정수기 물을 받았다. 손이 어찌나 사정없이 흔들리는지 물이 제대로 담길 리가 없었다.
“남편 실종 때, 사윤이는 그 배지에 관해 얘기한 적도 없어요.”
“어머니. 제 말 잘 들으세요. 침착하셔야 해요. 사윤이를 위해서도요.”
“…… 예준이와도 안부 전화한 게 다라고, 그렇게 진술했는데요.”
그는 내 손에서 컵을 가져가더니 다시 정수 버튼을 눌렀다. 반쯤 채워진 물을 받아 단숨에 마셨다. 종이컵은 긴장으로 꽉 쥔 탓에 힘없이 구겨졌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사윤이가 사무장에게 아버지를 없애 달라고 했답니다. 그날, 아저씨가 배지를 가져간 게 분명하다고요.”
이 경위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앨범을 열어 내 앞에 내밀었다.
나는 그 길로, 사무실로 뛰어가 사윤의 팔을 붙잡았다. 아이가 중심을 잃고 의자에서 넘어지는 것도 몰랐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두 손으로 아이의 얼굴을, 어깨를, 양팔을 잡았다 떼고, 잡았다가 뗐다. ‘진짜 예준이면 어떡하냐고요!’ 그것은 사윤의 공포였다.
나는 호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아무 말하지 않았다. 사윤과 사무장이 왜 그곳에 갔는지, 언제부터였는지도 묻지 않았다. 그깟 진실 따위 알고 싶지 않아서, 나는 결국에는…… 그와 똑같은 인간이 되고 말았다. 나는 남은 인생이라도 제대로 살고 싶었던 걸까. 호 없이, 사윤 없이 그저 평범한 인간이 되고 싶었던 걸까. 나는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나는 왜 사윤을 낳았을까, 왜 사윤을 버리지 못했을까.
그런 의문들로 점철된 삶이었다.
그래, 나는 왜, 기어코 살아남았을까.
사윤은 내 손을 거칠게 떼어내더니, 속에 담고 있던 끔찍한 비명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아이가 처음 지른 비명에, 아이를 낳던 날이 떠올랐다. 내 피를 몸에 묻히고 살아 있다고 울고 있었다. 버둥거리던 아이가 간호사의 품에 안겨 시선에서 사라질 때, 나는 아이가 영원히 내 앞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랐다.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 사이로, 문밖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우리를 보고 있는 호의 환영을 보았다. 그 옆에 선 이 경위의 꺼졌다 켜졌다 하는 핸드폰 화면 속에, 누워있는 호를 보고 있는 김정무의 뒷모습이 찍힌 사진이 떠 있었다. 코와 입은 없이 검은 눈만 박힌 얼굴 모양의 동그란 배지가 호의 티셔츠에 달려 있었다.
To be continued…
다음 화
아버지에게 오늘의 선택은 후회로 남을 것이다. 나는 반드시, 그렇게 만들고 말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