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사라진 사람(2)
아버지는 실종이라는 이름 아래 가출한 사람이 되었고, 사람들은 말 앞에 ‘이렇게 돼서 미안하지만’이라는 말을 꼭 붙었다. ‘사윤 엄마한테는 잘 된 거지’라고도 했다.
엄마와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 엄마는 그 시간에 병원에 있었는데도 사람들에게 의심받았다. 엄마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긴말로 떠들어댔다.
아저씨는 약속한 날마다 나를 지소로 데려갔다. 아버지는 살아 있었지만, 나를 쳐다보지는 못했다. 나는 아버지가 살아남은 모든 과정을 보았다. 움푹 팬 머리, 말라붙은 누런 손바닥과 발바닥, 몸의 둥근 곳에 새로 생긴 상처와 그 위를 덮은 거즈와 죽지 말라고 주는 급식까지.
“저런 상태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죠?”
내 질문에 아저씨는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경송대학병원 마르판증후군 공개강좌에 참석해 주신 환자, 보호자와 내빈 여러분, 바쁘신 중에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서울 세아 병원 희귀 질환 센터 이선웅 교수님께서 마르판증후군 소아 환우 관리에 대해 강의를 진행해 주시기 위해 이곳까지 걸음 해주셨습니다. 질환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어 가셨으면 하고요, 강의 후 이어지는 질의 시간을 통해 서로의 경험과 의문 사항도 함께 풀어나가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언제 왔는지 예준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예준은 옆에 앉은 할머니를 가리키고는 가까이 다가와 ‘우리 할머니’라고 속삭였다. 나는 목례를 하고는 예준에게 가까이 붙었다. ‘엄마는 안 오셨어?’ 강의가 시작되자,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 모양으로 ‘출장’이라고 답했다. 예준은 나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이었는데, 아주 어렸을 때 승모판막이 역류해서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그도 나처럼 병원에 나오려면 한참 걸리는 시골에 살고 있었고, 우리는 같은 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호감을 느껴 금세 말이 통했다. 이따금 검진일을 맞춰 만나면 예준은 엄마가 걱정이 두 배라고, 너무 귀찮다고 했다. 그냥 걱정이 아니고 ‘꺽정’이라고 붙여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우리가 ‘꺽정여사님’이라고 별명 지어준 대로 수첩에 예준의 증상을 모두 기록해 두었다가 병원에 올 때 질문을 한 뭉치씩 풀어놓는다며, ‘교수님도 우리 엄마 되게 싫어할걸’이라고 말하며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당사자인 우리에게 교수님의 강의는 세 번째 보는 만화같이 지루했다. 예준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팔등을 두드리자, 수첩을 꺼내더니 볼펜으로 ‘’ 부호를 여러 개 그리기 시작했다. ‘형, 이렇게 피가 잘 흘러야 한대’ 그는 곧 개, 고양이, 곰 같은 동물들을 여러 개 그리다가 또 지루해졌는지, 결국 마지막 슬라이드로 화면이 넘어갔을 때 간이 책상에 엎드리더니 잠이 들어버렸다. 부모님들은 강의 후에 손을 들고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기 시작했고, 할머니는 예준의 어머니에게 부탁을 받은 건지 핸드폰 녹음 버튼을 누른 후 날 보며 미소 지었다.
강의가 끝난 후 사람들이 모두 나갔지만, 예준과 나는 밀린 얘기를 하느라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담당자가 우리를 밖으로 안내하자 예준이 투덜대며 일어섰다. 그는 내 팔을 붙잡으며, 같이 놀고 싶다고 말했다. 꺾어 신은 운동화에 손가락을 집어넣는데, 지난번보다 손이 더 커진 것 같았다. 예준과 할머니는 병원 현관 앞에서 십분 째 실랑이 중이었는데,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 온 아저씨가 할머니에게 이온 음료를 내밀자, 할머니는 허리를 숙이며 고맙다는 표시를 했다. 예준은 할머니의 손에 들린 손수건을 가져가 그녀 이마의 땀을 찍어내다가 이내 손부채질을 했다.
“저 사윤 형이랑 더 놀다 갈게요. 네? 할머니~ 제가 엄마한테 전화한다니까요?”
“안돼. 네 엄마 걱정해. 그리고 너 혼자 어떻게 집에 찾아오려고 그래.”
“제가 바보예요? 저 잘 찾아갈 수 있어요.”
“다음에 엄마랑 오면 그때 만나서 놀고, 오늘은 할머니랑 가자. 할머니 힘들어.”
“그러니까요. 할머니 먼저 들어가시라고요. 오늘 학교도 안 가도 되는데, 두 시간만 놀다가 들어갈게요. 아저씨, 오늘 저 데려다주실 수 있어요?”
예준은 운동화 앞코로 바닥을 툭툭 쳤다. 심통이 난 그의 볼이 복어처럼 부풀어 올랐다.
“예준아! 웬 고집이야. 얼른 가자. 차 시간 되겠다.”
“어르신, 그냥 놀게 두세요. 오랜만에 만나서 좋을 텐데. 저도 오늘은 여유가 있어서 예준이 데려다줄 수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먼저 들어가세요.”
결국 할머니는 포기했다는 듯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고, 아저씨는 예준의 엄마와 통화를 하더니 허락이 떨어졌다는 듯 웃어 보였다. 예준은 단 두 시간이라도 자유 시간이 생긴 것이 기뻐 내 어깨를 잡고 뛰어댔다.
“그렇게 좋아?”
“응! 형은 안 좋아?”
“그만 뛰어. 숨차면 어쩌려고.”
내가 예준의 어깨를 잡아 누르자, 그는 손바닥으로 가슴을 누르며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켰다. ‘좋아서 그러지!’ 택시를 타고 가는 할머니에게 손을 흔드는 예준의 머리를 아저씨가 쓰다듬었다. 나는 예준을 내 옆으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아저씨는 나 보란 듯이 예준의 어깨를 감싸 쥐며 먹고 싶은 걸 말해보라고 했다.
“아까 간식 먹어서 배는 별로 안 고파요.”
“아저씨네 별장 갈래? 호수 근처에 있는데, 맞다! 요즘 불멍이라는 게 유행이라며. 물 보고 멍하니 있는 것도 얼마나 좋은데? 사윤이도 가끔 놀러 가거든, 그렇지?”
“재밌겠다! 여기서 멀어요?”
“아니, 여기서 차로 20분만 가면 되니까 가서 1시간 반 신나게 놀고 집에 데려다줄게.”
“잘됐다! 형, 우리 가자!”
“그냥, 이 근처에서 놀아. 만화방 가도 되고.”
“사윤아, 예준이도 생각해 주자. 형 만나서 신났는데? 거기 만화책도 있잖아. 오랜만에 소풍 기분도 내고.”
아저씨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꽉 쥐었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내 목덜미를 타고 올라왔다. 발바닥까지 돋는 소름에 나도 모르게 예준의 팔을 잡아당겼다.
“형은 자주 가서 재미없어?”
“…… 알았어. 가자.”
예준은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아저씨의 차를 보고 신이 나 달려갔다. 조수석 문을 열고 ‘형, 내가 앞에 탄다!’ 소리 지르고는 어느새 올라타 문을 닫았다. 아저씨는 나를 돌아보며 미소 지었다.
아저씨의 별장 근처에는 소리를 흐트러뜨리는 고요한 호수가 있다. 그곳에서의 소리는 그저 잠길 뿐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자발적으로, 그 호수에 여러 번 빠졌지만 언제나 떠밀려 나와 죽지 않았다. 내가 나무 위의 집에서 내려와 호수로 달려들었던 날이었다. 나는 거친 풀 위에 누워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죽은 것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내 얼굴 위에 그림자가 졌다가 사라지고, 얼굴을 덮을 만큼 큰 손이 이마 위로 다가왔을 때 나는 잡초를 움켜쥐고 기침을 해댔다. 숨을 쉬지 못할 만큼 기침이 심해 덜컥 무서워진 나는, 엎드린 채 손바닥을 가슴께에 넣었다. 아저씨가 무릎을 짚은 채 날 보는데, 엄마가 허리를 숙일 때마다 보였던 무릎까지 오는 치마 위의 상처가 생각났다. 엄마는 내 몸에 생긴 멍이 몇 개인지 모른다. 그리고 자신에게 몇 개의 상처가 있는지 세지 않는다. 그 지긋지긋한 다락방의 우스꽝스러운 카펫 위에 넘어져 엄마를 부르면, 아저씨는 내 입을 막고, 내 눈을 가렸다. 그는 나를 돌려보내기 전, 총괄 평가를 해야 한다며 몇 대를 맞을지 말하라고 했다. 하루도 잘못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내 발은, 잠시라도 대고 있으면 피부가 찢어질 듯 차가운 얼음 대야에 매번 들어가야 했다. 아저씨는, 우리 집에 대해 잘 안다고 했다. 자신이 입만 뻥긋하면 우리는 살던 곳을 떠나야 할 거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 말이 우스웠다. 나도 아저씨에 대해 잘 알고, 내가 입만 뻥긋하면 그도 이곳을 떠나야 할 거라는 것을, 그러니까 그는 우리가 마치 동맹이라도 맺은 양 서로가 서로에게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종 내가 ‘잘못 태어난 아이’라고 말했다.
언젠가 저녁을 먹으면서 아버지가 동생을 갖고 싶지 않냐고 내게 물었다. 아버지는 내 말에 덜덜 떨며 숟가락을 내려놓는 엄마를 보더니 뭐에 화가 났는지 곧 상을 뒤집어엎었다. 엄마는 아버지의 발에 밟힐세라 구석으로 기어들어 갔다. 웅크리다, 웅크리다 결국 없어져 버릴 것 같았다. 머리를 감싸 쥔 엄마의 손을 붙잡자, 엄마는 불에라도 덴 듯 나를 밀었다. 엄마 눈에는 내가 아버지로 보였나 보다.
그러니까 나는, 아버지의 분신이고 잘못 태어난 아이인 것이다. 나는 사윤으로 살고 싶었다. 그저 나로 사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을 바란 적도 없는데, 나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입속에 들어가 수 없이 말거리가 되었다.
나는 익숙한 듯 별장에 들어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발아래 삐걱대는 나무 소리가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사각 얼음 틀에서 얼음 하나를 빼 이마를 문질렀다. 예준은 오지 않는 나를 찾을 것이다. 곧 내가 누웠던 카펫 위에, 예준도 그대로 누워 눈물을 흘릴 것이다. 오늘은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나쁜 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 오지 말자고 했을 때 말을 들었어야지. 네가 졸랐잖아. 네가 웃으면서 차에 탔어. 의심하지 않았어. 손을 잡는 데도 그냥 있었어. 다…… 시키는 대로 했어. 울고 나면, 그제야 창피해. 그땐 도망칠 수 없어. 우린 아무 데도 못 가.”
나는 소파 아래에 누워, 반대편 소파 밑의 틈을 쳐다보았다. 작아진 얼음을 더 이상 쥘 수 없어 손을 폈다.
정확하게 한 시간 후에 예준은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떠나는 그를 보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그를 본 적도 없었다. 보고 싶지도 않았고, 봐야 할 이유도 없었다. 예준도 진료일을 맞추자고 연락해 오지 않았다. 예준이 사라지기 전, 우리는 병원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다. 진료가 끝난 내가 먼저 병원을 출발했을 때, 예준에게 전화가 왔다. ‘형이 미워’ 모두 나를 미워한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았다. 예준이 소리쳤다. ‘형이 미워!’ 목구멍만 한 사탕을 그냥 삼킨 것 같았다. 녹아 없어지겠지만, 너무 아팠다. 나는 화가 나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언젠가부터 아저씨는 나를 다락방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나무 위의 집을 오르려는 나를 붙잡아 내리고, 다시는 올라가지 말라고 했다. 별장 뒤편에서 타다 만 카펫을 보았을 때 나는 이 얘기를 누군가에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얘기를 하면, 꺼내야 할 얘기가 너무 많았다. 잘못한 게 많아서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엄마의 품에 안긴 것도, 아저씨와 약속을 한 것도, 아버지가 그렇게 된 것도, 예준의 원망도 모두 내 탓이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