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연연하는 그림일기 - 모든 색에게
어스름한 시간을 좋아한다. 그 시간에 하늘을 올려다본 기억은 많지 않지만, 어둠이 찾아오는 시간에 우리 눈에 인지되는 태양빛이 하늘과 땅과 나무 어딘가로 내려앉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색연필의 다양한 색으로 그때를 그려보았다. 선생님이 그리는 걸 보고 있자면 입이 떡 벌어진다. 분명 같은 색연필, 같은 색인데 내 종이 위에 펼쳐지는 하늘과 달라 보인다. 같을 필요는 없지. 내 하늘은 좀 더 여백이 있는 하늘. 오른쪽 하단의 검은색으로 그린 나무와 전선이 무게감을 주어 어딘가 흘러가는 시간을 잡아두고 있다. 다양한 색을 쌓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색을 알아가고 그때의 하늘은 어땠는지 떠올려본다.
나는 바다 그림을 제일 좋아한다. 누구는 동물, 누구는 꽃, 모두 다르다. 내가 그동안 그린 모든 그림에는 이야기와 그때의 감정이 숨겨져 있다.
지금 연재 중인 [가족관계서가 갱신되었습니다]의 08. 회전목마[Hes’]편에 묘사된 그림에도 이야기가 있다.
어둠. 그 방은 얼마큼 넓은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림 속에는 일부만이 있었기에 사실 그곳이 방인지, 어디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그 어둠을 쫓아가면 천장이라고도, 벽이라고도 하기 애매한 위치에 작은 창이 하나 있었다. 오직 그곳에서만 빛이 보였다. 아니, 빛이라기보다 서 있는 곳이 너무 어두워 빛이 아닌데 빛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그 아래에 사람의 형태가 보였다. 그것은 벽의 명암과 비슷해 한 사람인지, 두 사람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사람들은 자신의 앞에 펼쳐진 이야기를 다양하게 해석한다.
길고 짧은 파장이 순간을 넘어 우리에게 닿는 순간, 보이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그것이 보라색이든 파란색이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