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인 May 05. 2020

하나의 그림자

Singapore Flyer, Singapore

당신은 아마 저 어둠 어딘가에 있다가 내가 붙잡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지나가버렸거나, 허공에 숨어 숨죽이고 있거나 불빛에 눈을 감고 잠을 청하거나, 내 시선이 닿지 않을 만큼 멀리 서서 나를 보지 못하고 있거나.


나는 당신을 보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부르튼 입술로 당신을 부르고, 저 불빛 속에 숨어있을 그림자를 찾아 두 손안에 시선을 가두고 두리번거린다.


커다란 하늘 아래, 나는 돌고 돌아 다시금 제자리. 어쩌면 당신은 나와 반대로 향할지도 모른다고 못내 아쉬운 눈길이 빛을 내고 있는 모든 것에 머무른다.


더운 바람이 당신의 손길처럼 어깨를 말아쥐었다가 머리 위에 앉는다. 위로해줘서 고맙다고 당신에게 말한다. 바스러진 이야기들이 바닥에 놓여있다가 당신의 걸음에 날아가버린다. 같이 가자고, 나는 허공에 손을 내민다.


하나의 그림자가 길을 걷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에게 말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