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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May 05. 2020

사랑에게 말하다

Pigeon Point Lighthouse, San Franciaco

원하지 않아도 돌아오는 것이 있어.

마주치고 싶지 않아 눈을 감아도 온 몸을 휘감고,

눈을 뜨면 사라지는 것이 있어.

다시 돌아오지 말라고 소리 질러도

내 눈물은 곧 사라져 버리고

처음부터 울었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말간 얼굴로 그 자리에 있어.


나는 잠기고 가라앉아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다시 씻겨질 것을 알아.

다시 돌아올 것을 알아.  


나는 도망칠 곳이 없어 나를 조금씩 떼어내.

둥근 이마가 햇빛에 반짝일 때마다

나는 등을 구부려 몸을 숨겨.


나를 깨우는 차가운 숨에 눈을 뜨고

붉은 눈과 마주치면 다시 고개를 숙이지.

눈을 떠도 눈을 감은 것 같은 날엔

하얗게 물들었던 순간이 있었음을, 나지막이 속삭여.

다행이라고, 다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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