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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May 31. 2020

Runaway

좋아야지

 남포동 B&C에서 사라다 빵을 우걱우걱 씹으며 이거 다 먹으면 어딜 갈까 물었다. 모르겠다고 어깨를 으쓱하던 너는 남은 빵을 입안에 쑤셔 넣으며 손 짓으로 일어나라고 말하며 내 앞에 있는 휴지를 가져가 대충 손을 닦는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어디로 갈 지도 모르면서. 쟁반을 정리하다 돌아보니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너의 모습이 보였다. 시간은 흘러 가지만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무언가 하지 않아도 좋았던 시간들은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간 속으로 흘러간다. 눈으로 말해도 꽤나 높은 확률로 예상했던 답을 얻었었고 마음으로 말해도 그걸로도 충분했었던 우리는, 이제 변하는 것이 두려워 마음의 말을 그대로 덮어두고 진심이 아닌 눈으로 손을 건넨다. 우리의 끝은 어떻게 될까. 나의 물음에 너는 '좋아야지.'라고 대답한다. 좋아야지. 나쁜 이야기는 하지 말자, 나쁜 이야기는 나쁜 마음을 만들고 나쁜 마음은 스스로만 망치는 게 아니니까. 너는 빈 의자에 나를 앉혀두고 목도리를 둘러주곤 으으 소리를 내며 근처 슈퍼로 뛰어들어갔다. 다시 돌아온 너의 손엔 뜨거운 캔커피.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가만히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오늘이 끝인 양 오늘이 시작 인양 모든 것이 아쉽다,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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