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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Dec 29. 2022

YOSIGO - Holiday memories

악몽같이 까만 파도를 지나며

요시고 사진전
요시고 사진전
요시고 사진전

욕조에 그를 앉혔다. 마른 몸에 난 상처는 새로 생긴 붉은 상처와, 얼마 전 부딪혀 생긴 상처가 뒤섞여 엉망으로 그려놓은 그림 같았다. 따뜻한 물이 욕조에 채워질 때쯤 그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살아온 평생 한 번도 소리를 내본 적 없다는 듯 울음을 참았다. 남자가 등에 손바닥을 올리고 쓸어주자 그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괜찮아. 울어도 된다. 나도 그렇게 소리 내지 못할 때가 있었어. 그런데 소리를 내지 않는 울음은 마음에 자꾸 쌓이더구나. 평생 내 울음이 귓전에 들리지. 그건 고통이야. 더 이상 아프지 않으려면 소리 내 울어야 한단다.”


그의 울음이 벽을 타고 낡은 집 전체에 울렸다. 그 소리는-술에 나가떨어진 사내도 놀라 일으켜 세울 정도로 컸지만 남자는 멈추라고 하지 않았다.


“도와... 주세요.”


그가 뱉은 말은 슬펐다. 슬퍼서 함께 울고 싶었다. 남자는 그의 어깨를 안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인 단편소설 - 탈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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