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가늘고 긴 꿈이 있어 -2

나만 연연하는 그림일기 - 그래서 뭐라고?

by 제인


오늘은 누구나 겪어본 적이 있을 '어떤 사람'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다. 그 또는 그녀(이하 '그'로 통칭)는 어떻게 말해야 효과적인 말하기인지 또는 어떻게 쓴 이메일이 모두에게 긍정적 끄덕임을 유도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다. 대체로 그를 상급자로 만났을 때 곤혹스러운데, 그가 발표자였던 미팅이 끝나면 대부분의 참석자가 '자발적으로' 사무실 구석 또는 휴게실에 삼삼오오 모여서 서로가 이해한 바에 대해 공유하기 시작한다. 뒤로 전해지는 이야기라서, 본인은 자신이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인지 인지하지 못한다. 그는 계속 그 자리에 있으면서 동료들의 탈모 증상에 한몫하게 된다. 어쩌면 그는 '그분 때문에 업무가 지연됩니다'라는 소리를 흘러가듯 듣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제대로 말해, 제대로 써. 남들이 문제야'라고 합리화하고 그런 말을 듣게 되어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하면서도 '왜 나는 그런 평가를 받고 있는 가'에 대해 성찰하지 않는다.


아래 그림이 뭐로 보이는가? 나는 이 그림을 몇 명의 지인에게 보여줬는데, 모두 대답이 달랐다.

'80%는 감자, 10%는 크다가 만 고구마, 10%는 달걀 같은 것'이라고 했다.

IMG_3029.jpeg 고구마냐 감자냐 02-Oct-2025


다음 날 다시 그렸을 때 80%는 '달걀로 보이네'라고 했다.


연습장에 타원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 수십 번 연습하면서 '이건 타원이다, 타원이어야 한다. 타원이다'를 되뇌었다. 유튜버 선생님들 대부분이 지우개를 쓰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이라고 했기에, 지우개는 멀리 치워두고(그럼에도 가져와 다 지워 버리고 싶어 손이 간질간질했다) 내가 그리는 건 타원이라고 눈을 치켜뜬 후, 손가락에 명령했다. 간신히 어떻게든 타원처럼 보이게는 했지만 그게 고구마가 될지, 감자가 될지, 마침내 달걀로 보일지는 모르는 것이었다. 나는 냉장고로 달려가 달걀을 꺼내 이리저리 살펴보고, 손바닥에 올려본 후 '그래 네가 달걀이라고?'라며 얼토당토않게 주절거리기도 했다. 나는 달걀을 그리기 위해 애썼지만, 보는 사람들은 무엇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 그림이었다. '그래도 어제보다 낫네'라는 답을 듣고, 나는 실소를 터트렸다.


IMG_3040.jpeg 그래서 정체가 뭐냐 03-Oct-2025

물론 그림과 일은 다르다. 그러나 마음에 담고 눈에 선하게 바라볼수록 진짜 달걀이 투영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열심히 한다고 일이 늘지도 않고, 미팅 시간이 길다고 놀라운 합의가 도출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모두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 지금 우리가 같은 곳에 서 있는 것이 맞는지는 알 수 있다. 우리는 대화라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림은 나 혼자 그릴 수 있지만, 일은 다르다.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게 말하지 못하면, 그가 잘 썼다고 생각하며 전송한 이메일은 곧 아무 폴더에나 저장되거나, 바로 휴지통으로 직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동료들은 다시 서로의 돈독함을 확인하게 되겠지. 나만 이해 못 한 게 아니었어! 그렇게 하나 되는 우리.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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