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연연하는 그림일기 - 마음이 가는 것
나는 동물을 좋아한다. 특히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어릴 때 할머니댁에 가면 절대 잡히지 않는 삼색 고양이가 있었다. 할머니는 고양이를 만져보지 못해 안달이 난 나를 달래며 ‘쟨 못 잡아. 고양이가 그래.’라고 말씀하셨다. 그는 장독대 위에 앉아 나를 꼬라(노려) 보며 얼핏 미소 짓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고양이에 대한 내 이루지 못한 사랑, 안타까움(?)은 마음 한편에 그리움으로 남았다.
회사 창고에 새끼 고양이 여러 마리가 있어서 그중에 검은 고양이는 잡히지 않아 회색 고양이를 데려왔다는 언니의 말에(너는 잡혔구나) 나는 심장이 두근두근 도키도키 바운스바운스 팡팡 뛰었다. 사랑스러운 너는 이제 내 조카묘다. 집사가 집을 비울 때마다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 아이를 돌보러 갔다. 내 사랑은 쏟아붓는 것(음하하). 나는 기차를 타고, 이따금 비행기도 탔다. 굳이 시간을 내 애 보러 가냐는 핀잔에도 아랑곳 않고, 악천후의 상황에도 아이를 보러 갔다. 내게 눈길도 주지 않던 아이는 내 역할이 새끼집사라는 것을 알게 된 건지 점점 모르는 척하지는 않았다. 살랑이는 꼬리에 내 눈에선 하트가 뿅 뿅 나오고 매서운 눈빛에 반하고 심드렁한 표정이 사실은 너무 좋은 상태라는 것도 재밌었다. 이제 우리와 함께 늙어가는 아이를 그려보리라 다짐하고 일단 스케치를 시작 헸는데 역시 야옹이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 침대를 차지하고 있는 새끼집사를 보더니 막 똥 싸고 온 궁둥이를 내 쪽에 붙이고 꼬리를 팡팡 친다. 나는 종이를 덮고 몸을 구겨 편히 누울 수 있게 자릴 내어준다. 진짜, 이건 사랑이야.
좋아하는 것과 아닌 것에 대해 생각을 해 보자면,
내 마음속에는 가늘고 긴 끈이 있다. 나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맞닥뜨렸을 때 그 끈으로 그를 꽁꽁 묶어버리는 상상을 한다. 사실 그를 묶어 둔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나를 그를 묶어두기만 했을 뿐 무엇이든 쏟아내는 그 입은 여전히 뚫려 있다. 그는 그 입을 통해 장액까지 다 토해낼 기세로 계속 말을 한다. 결국 나는 끈을 놓고 내 귀를 막는다. 손바닥으로 귀를 막자 그의 목소리가 작게 들린다. 나는 그를 피해 간다. ’경청자가 되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라며 내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는 내 인생에 몇 할의 지분도 차지하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그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마음속에 있는 가늘고 긴 끈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리본을 묶어주는 상상을 한다. 때로 우리는 부딪히기도 하고, 각자의 밑바닥을 보일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 마음을 그들에게 둘러둔다. 나는 마음을 준 이상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내 마음이 변했다면, 나는 돌아보지 않는다. 나는 관계에 최선을 다하고, 그래서 돌아섰을 때도 후회하지 않는다. 마음을 쏟는 일은 나를 돌보는 것과 같다. 내 마음의 공간이 발 하나 크기 밖에 되지 않을 때,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는 이유는 그저 나를 응원해 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왜 우냐 툭 내뱉으면서도 다 울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 뜨끈한 아래목 장판 같은 사람들이 있어 나는 색색깔 끈을 추가해 리본을 매어 본다. 다 필요 없고 쓸모 있는 것을 달라고 하겠지만.
오늘은 좀 길어진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