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연연하는 그림일기 - 미안함에 대하여
내 두 번째 직장은 병원이었다. 그때는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뭐가 그렇게 죄송한 게 많은지 몰라도 너무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었다. 영어에서 'I am sorry'는 내 실수를 사과하는 쏘리 외에도 너의 상황에 공감하며, 위로하고 싶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어로 비통함, 애통함, 상실과 같은 감정을 위로하고 싶을 때 그저 안아주면서 I'm sorry 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어떻게 말해야 당신의 슬픔을 위로할 수 있을까 나는 항상 그게 고민이었다.
상대를 위로하는 법이 정말 있을까. 그것이 외운 공식으로 문제를 푸는 것처럼 명쾌한 방법일까.
아픈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내내 서로의 미안함을 이야기하는 병원에서의 직장 생활은 일이 주는 힘듦 외에도 온갖 감정이 휘몰아쳐 나를 수렁에 빠지게 했다.
살아오면서 내가 사과하지 못했던 일,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때는 정말 사과하고 싶지 않았거나, 사과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나, 나보다는 상대의 문제였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질문은 천천히, 시간을 들여 다가온다.
나는 색연필로 선을 겹쳐 그리며 중얼거렸다. '미안해, 미안했어'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