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가늘고 긴 꿈이 있어 -7

나만 연연하는 그림일기 - 혼자 떠나는 것

by 제인

혼자 떠난 곳은 캐나다였다.

캐나다를 결정한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우습게도, 지인이 캐나다로 떠나고 싶다길래, 같이 알아봐 주다가 덜컥 나도 떠나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캐나다에 도착한 다음 날, 동네 산책을 하는데 저 멀리 로키 산맥이 보였다. '이건 말이 안 되는데?'

몇 번의 환승으로 피곤에 절어 있던 내 모습을 마트 창문으로 마주하고, 또 저 멀리 산맥을 보았다가, 장을 보고 나오는 그곳 사람들을 보며 나는 그제야 현실을 자각했다. 그리고 크게 숨을 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산맥을 보며 계속 계속 걷다가, 길 잃을 수 있으니 멀리 가지 말라는 하숙집 할머니 말이 생각나 걸음을 멈췄다. 근처 스타벅스에 앉아 '오, 이것이 북미의 커피 맛인가' 혼자서 시답잖은 농담을 중얼거리며 커피를 홀짝 거렸다.


나는 낯선 나라에 떨어져,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사람 처럼 되지도 않는 영어를 써가며 소통하고, 여행을 계획하고, 곰과 마주쳤을 때의 행동 요령도 배웠다. 첫눈이 내렸을 때, 목도리를 동여매고 근처 몰로 가서 한국에서는 절대 시도하지 않았을 패딩을 입고 뿌듯해하기도 했다. 하이킹도 해보고, 강에서 생선을 잡아 보기도 했다.


마주 한 풍경을, 경험들과 그때의 감정을 '누군가와 함께 나눈다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도 했다. 혼자만으로 감당이 안 되는 순간은 있기 마련이니까. 그래도 혼자이기 때문에 그 순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오래오래 그곳에 서 있다가, 내가 선택한 가장 좋은 시간에 몸을 돌린다.


이 그림을 그리면서 내내 행복했다. 여행했던 곳 어딘가에서 봤던 풍경이 떠오르기도 했고, 다음 여행 때 비슷한 장소를 발견하면 반가울 것 같기도 하니까. 그림에는 없지만, 그곳을 눈에 담고 있는 내가 어딘가에 있다고 상상하니 더 좋았다.

저기까지 달려보자 31-Oct-2025

혼자 여행을 한다면 다음은 어디일지 생각해 본다.

그때는 나의 순간들을 기록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거친 들풀, 강아지 털 같은 구름, 한 밤중에 반짝일 것 같은 나무들. 안녕, 언젠가 만나자.


오늘의 그림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