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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형 Nov 09. 2022

각자의 삶에서 ‘짜라’를 찾는 여정

위대한 철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_프롤로그

바쁜 분을 위해 우선 책의 구성부터 짚고 넘어가자. 여기 소개된 서른 권의 책은 길고 긴 철학의 역사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위대한 고전’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물론 그렇다고 철학사(史)적 관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만 들어가지는 않았다. 일부는 우리가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며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담긴 책이 담겼으며, 또 일부는 읽는 이의 삶을 바꿀 만한 조언이 담긴 책이 들어갔다. 그러니까 이 책은 ‘위대한 철학 고전을 1권으로 읽는 책’인 동시에 ‘우리의 삶을 바꿀지도 모를 철학 고전을 1권으로 읽는 책’이기도 한 셈이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철학의 고전을 혼자 읽기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이유는 다양하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으로 쓰여진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인 경우도 있으며, 치밀하고 엄격한 논리 체계를 가진 탓에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물론 어느 경우든 철학 읽기를 포기하고 싶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말이다.


이러한 난점을 다소나마 해소하기 위해 이 책은 각각의 고전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설명하는 구성을 취했다. 첫 번째 부분에는 저자의 삶과 그 책을 쓴 배경을 적었으며, 두 번째 부분에는 책의 요약을 담아두었다. 마지막 세 번째 부분에는 해당 고전이 철학사 혹은 인류사에 미친 영향을 설명해 두었다. 세 부분은 소제목으로 구분되어 있으니 독자 여러분께서 이를 참고하여 읽는다면 각각의 고전을 보다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아울러 내가 철학을 공부하고, 또 철학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조금만 덧붙여볼까 한다. 고등학교 시절, 내가 가장 최선을 다 한 일은 엉뚱하게도 연극을 하는 일이었다. 그때 나는 우연한 기회로 ‘광대’란 이름의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각기 다른 이유로 모여 광대가 된 친구들과 매번 진심으로 무대를 준비했다.


동아리에는 담당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국어 선생님이자 시인이었던 그는 우리가 해야 할 일과 자신이 해주어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할 줄 아는 어른이었다. 그는 연습 기간에는 우리 앞에 잘 나타나지 않았는데, 그저 공연이 끝나고 나서야 슬쩍 뒤 맨 뒷자리에서 일어나 늘상 하던 이야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그가 매번 하던 이야기란 이러했다. 광대의 일이란 그저 광대처럼 노는 것이니 결과에 연연하지 말 것이며,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열심을 다하면 될 뿐이다.


어찌 됐든 3년 여에 걸친 광대짓 끝에 나는 나의 재능 없음을 확인하게 되었고, 입시라는 일생일대의 이벤트가 코앞으로 다가와 내 삶의 방향을 정해야 하는 위기를 맞이했다. 피디나 기자가 되어볼까 하며 신문방송학을 전공해볼까 고민하기도 했고, 배우가 못 될 바에는 차라리 연출가라도 되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연극영화과 주변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디에도 명확한 내 길은 보이지 않았다. 방황의 시기를 만난 것이다.


그 즈음, 그와 깊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었다. 이야기를 하게 된 경위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 그는 꽤 오랜 시간을 들여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묘한 미소를 짓더니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던진 채 대화를 마무리했다. “너는 당장 짜라를 읽어봐야겠다.”


그가 말한 ‘짜라’의 정체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이었다. 그때의 나는 그 책의 내용을 백 퍼센트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대강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연극을 하며 배운 것이 그저 대본의 내용을 숙지하는 방법이나 연기를 하는 기술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려 했음을 말이다. 너는 너로 살아야 한다. 그 탐색의 과정은 결코 하루아침에 끝날 일이 아니다. 대학에 가서도, 사회에 가서도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니 너는 그저 그 순간마다 네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힘껏 나아갈 수밖에 없다.


나는 그의 조언을 나침반 삼아 철학과에 입학했고, 철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대학 시절 내가 읽은 철학의 고전들은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소중한 지침이 되어주었다. 이 책이 그때 나의 선생님처럼 독자 여러분으로 하여금 철학의 재미를 조금이나마 느끼는 기회가 되어주길, 나아가 각자 삶의 ‘짜라’를 만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기획을 제안하고 출간의 전 과정을 함께해주신 빅피시 출판사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출판사 구성원분들의 헌신적인 도움과 조언이 없었다면, 나는 이 책을 결코 온전한 형태로 마무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울러 책을 쓰는 내내 힘이 되어준 유지, 느리지만 한 발씩 함께 나아가는 동료 재원, 히라님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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