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의 역사부터 다양한 종류까지
연필은 다양한 매력을 가진 필기구입니다. 그중 이 매력을 꼽는 사람이 많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바로 ‘지울 수 있다는 매력’ 말이죠. 한 번 쓰면 지울 수 없는 다른 도구들과 달리, 조금 실수를 해도, 오타를 내도 걱정이 없습니다. 지울 수 있으니까 말이죠. 그리고 이 ‘지우는 일’에는 도구가 필요한데요. 오늘의 주인공, 지우개가 바로 그 역할을 해내는 도구죠.
지우개가 발명되기 전, 사람들은 묵은 빵조각을 이용해 잘못된 글과 그림을 지웠습니다. 1846년 헨리 오닐은 자신의 책 <회화 예술 안내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드로잉에 연필로 음영을 넣을 때 스케치한 부분이나 윤곽선은 연한 연필로 흐리게 그리는 것이 좋다. 잘못된 부분은 인도산 고무나 빵조각으로 지운다.
이미 쓴 이야기를 지우는 방법은 의외로 복잡합니다. 비밀은 흑연 입자와 종이의 관계에 있는데요. 연필로 그린 점과 선은 사실 종이 표면에 부착된 흑연 분말입니다. 이 분말은 그저 문지른다고 해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오히려 번지기만 할 뿐이죠. 문지르고, 떼어 내야 비로소 지우기가 완성됩니다. 초창기 고무와 빵조각은 그 당시 이런 ‘문지르기’와 ‘떼어내기’가 모두 가능한 역할을 하는 도구였던 겁니다.
이후 지우개는 발전 또 발전을 거듭합니다. 바로 ‘가황고무’가 만들어진 것이죠. 1830년대, 그리고 1840년대 초반, 미국의 발명가 찰스 굿이어는 고무에 황을 넣고 고압으로 쪄내어 내구성을 강화시키는 방법을 고안합니다. 그리고 1858년, 하이먼 리프먼은 ‘연필과 지우개를 합친 것’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특허번호 19730번을 획득하죠. 지금도 완전히 분류할 수는 없지만, 연필 끝에 지우개가 달린 경우는 미국산이, 지우개가 달리지 않은 경우는 유럽산이 많다고 하죠.
요즘 지우개는 플라스틱으로 만듭니다. 고무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지우개의 세계에서 급속히 지분이 늘어난 거죠. 완성된 지우개는 종이로 개별 포장하는데요. 플라스틱을 원료로 한 지우개는 접촉하면 서로 재결합하기 때문이죠.
다양한 색상을 넣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입니다. 가령 검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블랙 지우개’는 고무 부분의 오염이 눈에 띄지 않아서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종이 위에선 검은색 지우개 가루가 잘 보이므로 뒷정리도 쉽죠.
초창기 플라스틱 지우개에는 PVC 재질이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이 소재가 환경호르몬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이를 다소 기피하게 되었는데요. 이후 많은 지우개들이 해당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만약 걱정되신다면 지우개를 감싼 종이에 어떤 소재가 들어가 있는지 혹은 어떤 소재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으니 이를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문구와 마찬가지로 지우개의 세계도 무궁무진합니다. 아까 보여드린 것처럼 다양한 색을 집어넣은 컬러 지우개도 있고, 4B연필과 딱 맞는 궁합의 톰보우 잠자리 지우개도 건재하죠. 심지어는 필요한 만큼 뽑아 쓰는 슬라이드형 지우개도 출시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전 스테들러의 rasoplast 지우개를 주로 사용하는 편입니다. 작고, 어떤 연필을 사용해도 잘 지워지죠. 여러분은 어떤 지우개를 사용하고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