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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형 Jul 05. 2019

형광펜의 모험

파이버팁 펜촉의 발명부터 하이라이트, 스타빌로 보스의 탄생까지


오늘의 주인공, 형광펜의 시작을 위해선 그에 맞는 적절한 펜촉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전체 문장을 덮기에도 좋고, 흐느적거리지도 않으며, 얼룩지지도 않게 만들 그런 녀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죠.


이런 특징을 모두 가진 파이버팁 펜촉을 처음 개발한 것은 일본의 호리에 유키오라는 인물이었습니다. 처음에 학생용 크레용과 붓글씨용 붓을 만들던 그는, 볼펜이 점점 더 성공하는 것을 보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예용 붓처럼 쓰이지만 볼펜처럼 편리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말이죠. 그리하여 그는 일종의 솔과 비슷한 방식의 펜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다시 말해, 잉크를 빨아들였다가, 페이지에 풀어놓는 방식의 펜촉을 떠올린 것이죠. 이 펜촉의 성공으로 인해 그의 회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브랜드 ‘펜텔’이 됩니다.


이러한 성공을 지켜본 윌리엄 카터는 자신이 잉크 개발에서 쌓아온 능력을 발휘하여 신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바로 ‘하이-라이터’라는 제품이었죠. <라이프>지에는 다음과 같은 광고가 실렸습니다. ‘맑고 투명하고 환한 노란색은 단어, 문장, 단락, 전화번호 등 잘 부각시켜준다. 그것을 ‘하이-라이트’하여 신속하게 다시 찾을 수 있게 해준다! 또 금방 마르고, 종이에 스며들지 않는다.’



이런 변화를 지켜본 귄터 슈반호이저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잉크는 지저분했고, 단순하고 둥근 몸통에 뭉특한 펠트 펜촉을 가진 것도 못마땅했죠. 그는 새로운 펜은 새로운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그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회사의 연구 개발 부서장인 한스-요아힘 호프만 박사에게 임무를 맡겨 더 밝은 형광 잉크를 개발할 임무를 맡겼고, 그 결과 진정한 의미의 형광 잉크를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죠.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형광펜의 잉크는 어떤 원리로 빛나는 걸까요? 바로 잉크 속에 형광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형광물질은 외부의 빛을 흡수한 뒤, 고유의 색으로 바꿔 빛을 발하는 물질을 말하는데요. 그 빛을 우리는 ‘형광’이라고 합니다. 형광펜의 잉크가 밝게 보이는 것은 형광의 양에 따라 빛이 증가하기 때문이며, 형광등이나 LED 조명 등에도 같은 원리가 사용되죠.


다음 차례는 어떤 형태의 몸통을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귄터는 기존의 펜과는 뭔가 다른 것을 원했는데요. 두꺼운 것, 얇은 것, 짧은 것, 긴 것, 세모난 것, 네모난 것 등등 다양한 연구를 거듭한 디자인팀은 최종적으로 원뿔형의 모양을 만들어 자신 있게 사장님 앞에 내놓기에 이르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물론 ‘이게 아니야!’라는 불호령이 떨어졌고, 좌절한 디자이너는 점토 모형을 꽝(!)하고 내리쳐버렸죠. 그리고 납작해진 그 모형이 형광펜의 끝판왕 스타빌로 보스가 됩니다.



우리는 날이 가면 갈수록 더 새로운 형광펜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체로 된 형광펜도 출시되었고,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노크형 형광펜도 출시되었죠. 시중에는 내가 어디까지 선을 긋고 있는지 더 확실하게 볼 수 있는 창형 형광펜이나 약간 휘어져 더 쉽게 선을 그을 수 있는 형광펜도 출시되어 있다고 하네요.


사실 제가 제일 많이 쓰는 형광펜은 바로 이, 다이소 형광펜입니다.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또 크기도 작아서 제 작은 필통에도 쏙하고 들어가기 때문이죠. 제가 가진 문서, 책 곳곳에도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 형광펜으로 하이-라이트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형광펜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어디에 밑줄을 긋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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