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준형 Aug 28. 2019

B2B 서비스에도 콘텐츠 마케팅이 먹힐까?

스타트업 PM의 '망했군요,' 탈출기-2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제가 이전 글에서 했던 말을 번복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제 마케팅 점수는 말이죠'라는 글에서 잠시 언급했던 '유저해빗은 B2B 중심의 서비스라 마케팅 니즈가 크지 않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말이죠. 당시 저를 비롯한 유저해빗의 구성원들은 모두 이 말에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들어오기 이전부터 유저해빗이 하는 마케팅 활동은 1~2주에 한 번 정도 구독자가 2000명을 조금 넘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페이스북에 글을 공유하기도 하고, 소액(이라고 이야기하기에도 부끄러울 정도의..)의 마케팅비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그리 큰 관심은 없었죠.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글을 올려도 누가 보는지 알 수 없었고, 올린 글이 실제로 고객 전환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죠. 차라리 그 시간에 직접 업체별로 담당자를 컨택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고객사를 발굴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마케팅'이 아니라 '영업'에 집중했던 겁니다.


생각의 변화는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습니다. 바로 '억지로' 써야 하는 글 때문이었죠. 유저해빗은 올해 상반기부터 '오픈애즈'라는 곳에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매주 한 꼭지씩 글을 발행해야 하는데요. 이게 생각보다 빠른 연재 주기이더군요. 반년이 조금 지나니 브런치에 쌓아둔 글이 모두 고갈되는 '사태'를 맞이하게 된 거죠. 다른 일도 바쁜데 새로 글을 기획해서 쓸 시간은 없고, 그렇다고 이것 역시 나름 주어진 '기회'인데 놓치기는 아깝고..


계속 미루고 미루다가 내부에 준비되어 있던 자료를 바탕으로 글을 한 편 작성했습니다.

그냥 '이런이런 앱들이 성공했어요~'식의 이야기가 되면 단순 홍보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들 업체들이 어떤 고민을 가지고 유저해빗을 도입했는지, 도입 이후 어떤 과정 혹은 논의를 거쳤는지, 그 결과 어떤 성과를 얻었는지 등에 대해 '공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자세하게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금손!) 기획자(라고 쓰고 디자인도 다 한다) 하지님의 손을 빌려 예시 이미지를 만들었죠.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찌 보면 유저해빗의 성과를 드러내놓고 쓴 글인데도 높은 조회수와 공유수를 기록한 거죠. 그리고 그 뒤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기업들의 자발적인 문의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저와 하지님은 다양한 주제로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을 버무린 이야기를 쓰기도 했고,

'잘 나가는' 애플리케이션의 UI를 꼼꼼하게 분석해보는 'UI 톺아보기'라는 시리즈도 시작했죠.

본격적인 콘텐츠 마케팅을 시작한지 아직 2개월 여에 지나지 않았지만, 저 그리고 함께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하지님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B2B 서비스에도 콘텐츠 마케팅은 유효하다'는 것이죠. 아직 정확한 수치와 성과를 확인할 정도의 단계가 아님에도,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하기 이전과 대비해 유저해빗에는 최소 2배 이상 많은 서비스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물론 이러한 문의와 관심을 '실제 사용'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 더욱 더 꾸준한 서비스 고도화 및 사용성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말이죠.


그리고 개인적인 결론을 하나 더 덧붙이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조금 더 풍부한 자료, 꼼꼼한 분석, 엄밀한 논리가 담긴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다'는 이야기를 말이죠. 다시 말해, '좋은' 콘텐츠, '공들인' 콘텐츠는 배신하지 않는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께서는 어떤 분야에서,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해 나가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영역에서든 잘 만들어진 '콘텐츠'가 좋은 마케팅 방식이 되리라는 것은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어쩌면 더 많이 존재했을 귀중한 기회를 그동안 날려왔을지도 모르는 제 경험을 거울 삼아서 말이죠 :)

매거진의 이전글 [부록] 칸반(Kanban) 도입을 위한 일정과 원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