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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형 Jan 13. 2020

데카르트 <성찰> 5분만에 읽기

철학유치원 원전 읽기

데카르트 '성찰' 5분만에 읽기


17세기의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서양 근세철학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그는 자신이 세운 일련의 철학적 논거를 바탕으로 기존의 지식을 뿌리부터 뒤엎으려 했는데요. 밑바닥부터 체계를 새로 세워 고대와 중세의 신학, 그리고 비이성적 사유가 도달하지 못한 진짜 지식을 향해 나아가려 한 것이죠. 그는 자신의 대표작 <성찰>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만약 우리의 사유에서 잘못과 거짓을 제거하고, 참된 신념을 얻기 위한 타당한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면, 이 원리가 세계와 인간에 관한 과학적 이해의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고 믿은 것이죠.


본격적인 사유에 들어가기 전, 데카르트는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념을 모두 제거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 중 많은 것이 거짓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는데요. 데카르트는 기존 신념의 틀을 유지한 채 이를 조금씩 수정하기 보다는, 기존의 신념을 모두 제거한 뒤 이를 대체할 대상을 하나하나 고찰하는 방법이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통 속의 썩은 사과 하나가 다른 멀쩡한 사과를 오염시킬 수 있는 것처럼, 잘못된 신념 하나가 올바른 신념 모두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급진적 회의 방식을 우리는 ‘데카르트적 회의’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데카르트적 회의란 무엇일까요? 이는 우리의 기존 신념 모두를 마치 거짓인 것처럼 다루는 일을 포함합니다. 우리는 그것이 정말로 참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 때에만 그것을 믿어야 하는데요. 만약 그 신념에 참에 대한 조금의 의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는 그것을 폐기하기에 충분한 논리가 됩니다. 지식의 토대는 ‘단연코 의심할 수 없는 지식’ 위에 세워져야 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회의의 방법을 그는 우선 자신의 감각에 적용합니다. 그가 생각하기에 그의 감각들은 때때로 그를 속여 왔습니다. 가령 멀리 보이는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경우를 예로 들 수 있을 텐데요. 데카르트는 감각이 대부분 우리에게 참이었다고 할지라도, 한 번이라도 우리를 속인 것은 신뢰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원칙을 적용하며 이를 모두 믿지 않겠다고 결심합니다.


다음 제거의 대상은 우리의 감각보다 조금 더 추상적인 개념들, 즉 크기와 모양, 연장성 등입니다. 1 더하기 1은 2이고, 삼각형은 세 개의 모서리를 갖는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죠. 이는 우리가 앞서 살펴본 감각적 사실들에 비해 꽤나 확실하게 느껴지죠. 하지만 데카르트는 이마저 우리가 ‘단연코 의심할 수 없는 지식’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바로 ‘악령’을 가정한 사고실험을 통해서 말이죠.


이는 우리가 경험하고 이해하는 내용을 끊임 없이 조작하는, 강력하고 사악한 악령이 있다고 가정하는 사고실험을 말합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세상의 사물을 바라볼 때마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은 그 악령이 가공의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일 수 있습니다. 또한 1 더하기 1의 답이 사실은 3임에도 불구하고 2가 떠오르도록 조작하는 것일 수도 있죠. 물론 이런 가정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억지처럼 들릴 것이라는 사실을 데카르트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그가 듣고자 하는 대답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속임을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그가 찾은 단 하나의 참된 명제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이를 흔히 ‘코기토’ 명제라고 부릅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라고 흔히 번역되는 이 말은 라틴어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에서 나왔는데요. 이는 설령 악령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그리고 그 존재가 우리를 끊임 없이 속이고 있다고 할지라도, 도저히 속임을 당할 수 없는 어떤 것, 즉 자신의 존재가 여전히 있음을 의미합니다. 데카르트에게 있어서 그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가령 우리가 1 더하기 1을 3으로 믿고 있다고 하더라도, 넓고 따뜻한 해변에 누워있다는 생각이 착각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죠. 이 사실은 오히려 우리가 생각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로 인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줄 뿐입니다.


생각하는 인간과 이성의 역할을 강조한 데카르트의 철학은 스피노자와 칸트, 헤겔 등 후대의 많은 사상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생각하는 나’를 발견한 최초의 인물이자 ’합리적 사고’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로서 근세 서양문화 성립의 초석을 마련한 인물이 바로 그, 데카르트였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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