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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형 Jan 15. 2020

애덤 스미스 <국부론> 5분만에 읽기

철학유치원 원전 읽기


경제학자이자 철학자, 윤리학자, 사회학자인 애덤 스미스는 1723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27살의 나이에 글래스고 대학의 교수가 되었으며, 약 10년 뒤인 1760년대에는 헨리 스콧이라는 귀족의 개인교수가 되어 함께 프랑스와 스위스 등지를 여행했죠. 데이비드 흄 등 당대 스코틀랜드의 계몽주의 사상가들과의 교류에 더해 유럽 대륙의 사상가들과도 교류하게 된 건데요. 이후 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그는 스코틀랜드로 돌아와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자신의 대표작 <국부론> 집필에 힘썼습니다.


우리는 애덤 스미스의 대표작 <국부론>을 흔히 경제학의 고전으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 스스로는 이 책을 한 권의 도덕철학서로 이해했는데요. 책의 핵심 주제인 ‘한 나라의 부는 어떠한 질서 또는 원리에서 이뤄지고 있는가’라는 질문 또한 그 자신의 연구 주제인 도덕철학 내에서 조망하고자 노력했죠.



그렇다면 애덤 스미스의 철학이란 무엇일까요? 그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그의 인간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에게 인간이란 단순히 어느 하나의 성향을 지닌 존재가 아닙니다. 다층적이며, 복합적인 존재이죠. 그의 초기작인 <도덕감정론>에서는 인간의 본성이 이타적인 존재로 그려지지만, 중장년에 저술한 <국부론>에서는 이기적인 본성이 행위의 핵심 동기로 이해됩니다. 이는 사회의 구조와 거기에서 영향 받는 인간의 본성을 각기 다르게 해석했기 때문인데요. 공동체에서는 인간의 본성이 이타심에서 시작되지만, 경제의 세계에서는 자기애 혹은 이기심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죠.


애덤 스미스가 보기에 서로에게 유용한 물건을 교환하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특징입니다. 우리는 동물들이 무언가를 교환하는 것을 볼 수 없습니다. 강아지에게 뼈는 자기 뼈이며, 원숭이에게 있어 바나나는 자기 바나나일 뿐이죠. 때문에 만약 동물이 무언가를 얻으려면 그것을 가진 상대방의 환심을 사고, 호의에 기대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죠.



반면 인간은 흥정을 통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흥정 능력은 시장경제 체제가 출현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죠. 모든 물건을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소비하는 자급자족 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차츰 더 소수의 품목에 집중하게 되고, 마침내 ‘분업’이 일어나게 됩니다.


분업은 노동의 질적 측면에서 극적인 변화를 일으킵니다. 가령 애덤 스미스는 한 사람이 옷핀을 만드는 것과 공장에서 분업을 통해 옷핀을 만드는 경우의 차이를 소개하는데요. 한 사람이 옷핀 만들기의 전 공정을 거치는 경우 하루에 20개를 만들기도 어렵지만, 열 사람이 분업을 통해 옷핀을 만들면 한 사람당 4,800개의 옷핀을 만들 수 있습니다. 혼자 만들 때보다 240배 이상의 효율을 내게 되는 것이죠.


애덤 스미스는 분업으로 인해 생산성이 높아지고, 누구나 특별한 기술을 배울 필요 없이 노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짐으로써 모든 사람이 부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이 사회는 상호이익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 사회 전반이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다고 보았죠.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시대가 된다고 본 겁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시대가 되면 정부의 역할은 국방과 사법, 교육 등 필수적 기능을 수행하는데 한정됩니다. 그리고 국내를 기점으로 활성화된 거래는 자연스럽게 나라 사이에도 활성화되어 국제 무역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보았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출간 이후, 비평가들은 다양한 비판을 내놓았습니다. 누군가는 자유시장이 모두에게 이롭다고 주장한 애덤 스미스의 입장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했으며, 또다른 사람들은 사회가 능률적으로 작동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는 가사노동을 경제학 모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비판했죠. 하지만 자본주의 전반의 작동 원리를 이해했다는 점, 당대 시장의 개념을 누구보다 온전히 이해했다는 점에서 그의 사상이 가지는 의의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이 애덤 스미스가 ‘고전 경제학의 아버지’라는 수식을 얻은 이유일테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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