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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형 Jan 30. 2020

오스발트 슈펭글러의 <서구의 몰락> 4분만에 읽기

철학유치원 원전 읽기


20세기 독일의 철학자 오스발트 슈펭글러의 책 <서구의 몰락>은 철학과 역사, 문학, 예술, 자연과학 등 방대한 분야에 걸친 지식을 바탕으로 쓰여진 문명 비판서입니다. 이 책은 1911년 쓰여지기 시작해 1914년에 탈고되었지만,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인해 1918년에야 출간되었죠. <서구의 몰락>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가장 격렬한 학문적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초판 출간 이후 약 8년간 10만 부가 판매되며 슈펭글러에게 대중적인 명성도 안겨주었죠.


슈펭글러는 ‘제2차 모로코 위기’를 보며 이 책의 구상을 시작했습니다. 1911년 모로코에서 일어난 지역주민들의 반란에 프랑스군이 개입하자, 독일이 자국 국민 보호를 구실로 전함을 파견한 이 사건이 곧 일어나게 될 세계대전의 임박을 보여준다고 본 건데요. 그에 따르면 1800년대 이후부터 서구에는 몰락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고, 향후 200~300년 이내에 그 운명이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이었죠.


슈펭글러는 세계의 역사를 출생, 성장, 쇠퇴, 소멸하는 일종의 생명 현상으로 인식했습니다. 그리고 이집트, 바빌로니아, 인도, 중국, 고대 그리스로마, 아라비아, 멕시코, 서구라는 8개의 문화권이 마치 유기체가 성장한 뒤 몰락하듯 여러 세기를 순환한 뒤 몰락한(했)다고 결론지었죠.


그는 그 전개 과정을 자연의 사계절에 비유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혹은 사람으로 비유해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먼저 유년기는 ‘문화 이전 단계’라고 일컬어집니다. 사계절의 봄에 빗댈 수 있으며, 족장이나 봉건적인 정치, 경제 기구를 이 시대의 전형이라 할 수 있죠. 청년기는 ‘문화 초기 단계’라고 일컬어집니다. 사계절의 여름에 해당하며 봉건제도 시기와 귀족주의 국가 시기로 구분되죠. 봉건제도 시기에는 도시가 출현하고 귀족 및 성직자 계급이 등장하며, 귀족주의 국가 시기에는 봉건적 정치, 경제 체제가 위기를 맞이하며 귀족이 지배하는 국가가 성립하고 도시와 지식인의 역할이 증대되게 되죠. 장년기는 ‘문화 후기 단계’라고 불립니다. 사계절의 가을에 해당하며, 문화가 완전한 성숙 단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죠. 계몽의 시대라 일컬어지며 지적 창의력은 성숙 단계의 절정에 이르게 됩니다.



마지막 노년기는 ‘문화 마지막 단계’라고 불립니다. 사계절 중 겨울에 해당하죠. 이 시기에는 병리학적으로 타락한 대도시가 출현하는데요. 이로 인해 창조성이 고갈되고 물질적인 향락과 황금만능주의가 판치는 문명의 쇠퇴기로 바뀌어가게 되죠. 이 시기의 전기는 금권이, 후기는 정권의 만능이 사회를 지배하며, 특히 후기의 정권 만능은 전쟁을 유발해  결국 사회의 정의를 무너뜨리게 됩니다. 그가 본 20세기 초반 서구의 모습은 바로 이 노년기에 해당하죠.


<서구의 몰락>이 출간된 뒤 많은 이들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철학자들은 그를 천박하다고 손가락질했고, 역사가들은 그가 엉터리 역사를 서술했다고 비난했죠. 하지만 제1,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징조의 발견과 서구 중심 세계사의 중심축이 상당 부분 동양으로 이동해 오는 점 등을 비춰본다면, 슈펭글러의 선견지명과 그의 저작의 뛰어난 가치를 인정할 부분은 분명 존재해 보입니다. 서구의 미래는, 나아가 이 세계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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