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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극펭귄 Sep 04. 2017

수치심을 팔다가

나는 수치심이 쌓이면 매대에 쌓인 물건처럼 열심히 팔아치웠다

재밌는 이야기나 무용담으로 포장해서 비웃음이나 동정심을 받고 팔았다

수치심은 팔리는만큼 줄었다 그리고 때로는 솔직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다

이러한 부가수익까지 따졌을 때 나는 이것이 수치심에 대한 좋은 처리법이라고 여겼고,

그래서 그 기억도 열심히 팔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기억은 팔아도 줄지 않았다

무한한 수량을 공급할 수 있는 도매상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팔아치워서 줄이고 싶었던 그것은,

의외로 수치심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의 정체는 내 인생 최초의 수치스럽지 않은 순수한 상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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