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치심이 쌓이면 매대에 쌓인 물건처럼 열심히 팔아치웠다
재밌는 이야기나 무용담으로 포장해서 비웃음이나 동정심을 받고 팔았다
수치심은 팔리는만큼 줄었다 그리고 때로는 솔직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다
이러한 부가수익까지 따졌을 때 나는 이것이 수치심에 대한 좋은 처리법이라고 여겼고,
그래서 그 기억도 열심히 팔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기억은 팔아도 줄지 않았다
무한한 수량을 공급할 수 있는 도매상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팔아치워서 줄이고 싶었던 그것은,
의외로 수치심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의 정체는 내 인생 최초의 수치스럽지 않은 순수한 상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