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끼의 철학:화덕피자, 루꼴라 페스토, 그리고 인생의 건강한 맛
좋은 것은 기다림 끝에 온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종종, 한 조각의 행복이 된다.
일산에 있는 ‘포폴로 피자’라는 작은 가게, 그곳은 전설 같은 화덕피자 전문점이다. 그저 한 끼의 식사가 아니라, 누군가와 시간을 들여서라도 경험해야 할 맛.
100% 참나무 장작, 이탈리아 장인이 빚은 화덕, 500도 넘는 불길 속에서 단 1분 안에 완성되는 피자. 촉촉한 도우와 쫄깃한 식감, 겉은 바삭하게 타들어가듯 구워진 가장자리. 그을린 밀가루의 고소함이 입안에서 퍼지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오래전부터 이곳은 유명했다. 나폴리 피자대회 STG 월드 챔피언, 대한민국 최초의 1등. 그 상을 거머쥔 셰프가 만들어내는 피자는 전국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맛이었다. 줄을 서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피자. 나는 늘 바쁜 일정 탓에 그 기다림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집을 다녀온 회원이 말했다
“선생님, 시간 되시는 날 저랑 함께 가요. 여긴 꼭 가보셔야 해요. 제가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 말이 어쩐지 따뜻하게 들렸다. 내 시간을 배려한 마음, 한 조각 피자를 나누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렇게, 나는 긴 기다림 없이 마치 VIP처럼 자리에 앉아 인생 최고의 화덕피자를 맛보게 되었다.
첫 조각을 베어 무는 순간, 참나무 장작의 불길이 빚어낸 깊은 풍미, 갓 구운 도우의 촉촉한 탄력, 그리고 장작불이 남긴 은은한 스모키 함이 혀끝에 퍼졌다.
기다림은 때로 피로를 동반한다. 그러나 어떤 기다림은, 한 조각의 행복이 되어 남는다. 그날의 피자가 그랬다.
비스마르크 피자, 계란 노른자를 터트리는 순간!
그날 내가 맛본 건 ‘비스마르크 피자’였다. 화덕에서 갓 구워진 도우 위에 얇게 슬라이스 된 프로슈토, 그리고 중앙에 놓인 노른자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포크로 살짝 터트리는 순간, 따뜻하고 부드러운 노른자가 천천히 흘러내렸다. 도우에 퍼지는 고소한 풍미, 짭조름한 치즈와 프로슈토의 조화. 한입 베어 물자 입안 가득 퍼지는 깊은 맛. 이건 그냥 피자가 아니었다. 한 조각 안에 담긴 예술이었다.
비스마르크 피자는 독일 수상 비스마르크가 사랑한 요리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고단백 계란과 치즈, 건강한 탄수화물이 균형을 이루며, 화덕에서 90초 만에 빠르게 구워져 소화에도 부담이 덜하다. 피자를 먹으면서도 ‘건강한 음식’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세상에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있고, 기억 속에 머무는 음식이 있다. 어떤 맛은 한순간 스쳐 지나가지만, 어떤 맛은 시간이 흘러도 자꾸만 떠오른다. 마치 오래전 읽었던 문학 작품의 한 문장처럼, 한 편의 시처럼 남아 가만히 떠오른다.
‘스파게티 알 페스토 디 루꼴라’(이하 루꼴라 페스토)가 내겐 그렇다. ‘포폴로 피자‘에서 맛볼 수 있는 유일한 파스타, 그리고 어디에서도 다시 찾을 수 없는 파스타.
진한 녹색 페스토가 면을 감싸고, 신선한 루꼴라의 아삭한 결, 탱글한 방울토마토의 붉은 속살, 꿀과 발사믹에 절여진 올리브의 검은빛이 한 접시 위에서 조화를 이룬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정말 초록색이 들어오는구나.’ 입안 가득 퍼지는 싱그러운 정원의 맛이었다.
루꼴라!
쌉싸래한 푸름 속에 몸의 열을 식히고, 염증을 잠재우는 고요한 힘이 있다. 소화를 돕고, 피를 맑히며, 비타민 A, C, K가 촘촘히 박힌 그 잎은 내 안을 건강한 빛으로 물들인다. 올리브오일 한 방울에 풍미는 깊어지고, 햇살을 머금은 잎사귀처럼 향은 상쾌하게 퍼진다. 미각과 건강이 맞닿는 이 찰나, 몸과 마음이 동시에 충만해진다.
어떤 음식은 혀끝에서 사라지지만, 어떤 음식은 가슴속 서랍에 곱게 접어 넣게 된다. 그날의 루꼴라 파스타가 바로 그랬다.
초록빛 정원을 입 안에 머금으며 나는 건강과 맛이 공존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죄책감 없는 즐거움, 내 몸을 위한 배려, 그리고 무엇보다 한 접시 안에 담긴 철학.
맛있는 음식은 종종 인생과 닮아 있다. 삶에서 균형을 찾듯, 미각에서도 조화를 찾을 때 진짜 좋은 맛을 알게 된다. 그날의 ‘루꼴라 파스타’는 내게 맛있는 인생 수업을 들려주었다.
다이어트 중에도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우리는 ‘맛있는 음식’과 ‘건강한 음식’을 분리해서 생각하지만, 사실 이 두 가지는 충분히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그날 내 입안에서 피어난 초록빛 정원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기억 속에 머무를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들은 때때로 작은 별미처럼 찾아온다. 메인 요리의 강렬한 인상 뒤에 숨어 있지만, 그것 없이는 완벽한 식사가 되지 않는 것처럼.
겉은 바삭, 속은 촉촉, 인생이 주는 작은 선물
‘포폴로 피자‘의 ’ 풍기 아란치니‘는 그런 존재다. 시칠리아에서 건너온 이탈리아 전통 요리, 바삭한 빵가루 속에 감춰진 버섯 리소토와 모차렐라 치즈의 부드러운 속살. 한입 깨무는 순간,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게 녹아내리며 트러플 오일의 깊은 풍미가 퍼진다.
다섯 개의 동그란 작은 기쁨. 갓 튀겨낸 아란치니를 하나씩 음미할 때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피어나는 감동, 사소한 것에서 발견하는 커다란 행복을 느낀다.
풍기 아란치니를 맛보는 일은 삶이 선물하는 작지만 확실한 기쁨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그 작은 기쁨이 모여, 오늘도 내 인생은 한층 더 맛있어진다.
식사를 마친 후, 자연스럽게 지갑을 꺼내려는데 회원이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제가 이미 계산했어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회원이 나를 위해 먼저 기다려주고, 음식을 추천해 주고, 심지어 계산까지 마쳐 놓았다니. 그날 나는 처음으로 ‘대접받는 기쁨’을 온전히 느꼈다.
나는 언제나 회원들에게 밥을 사는 입장이었다. 내게 식사는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나누는 행위였으니까. 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미리 기다려 주고, 조용히 계산까지 마쳐 놓았을 때, 그 감동은 생각보다 훨씬 깊었다.
이후에도 나는 여러 번 ‘포폴로 피자‘를 찾았다. 서울에서 필라테스를 배우러 오는 회원이 내 생일을 위해 미리 예약해 두고, 멋진 생일상을 대접해주기도 했다. 그날 화덕피자와 루꼴라 페스토를 먹으며 나는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따뜻한 방법은 역시 음식이 아닐까.’
건강한 음식, 건강한 관계, 그리고 필라테스의 균형
필라테스는 몸의 균형과 유연성을 찾는 과정이다. 마찬가지로, 건강한 식사는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한다.
피자와 파스타는 흔히 다이어트의 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화덕피자의 건강한 도우, 비스마르크 피자의 고단백 계란, 루꼴라 페스토의 신선한 영양소를 알고 나면, 거기에 아란치니가 주는 ‘사소한 감동‘까지!
이 모두가 몸과 마음을 채우는 충분히 건강한 한 끼가 될 수 있다.
우리 삶도 그렇다. 가끔은 바쁘게 달리다 멈춰서, 누군가가 차려준 따뜻한 음식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시 몸을 움직이며, 삶을 균형 있게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진짜 건강한 삶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식사, 그리고 그 안에서 주고받는 배려와 감동.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맛있는 순간들이다.
인생은 혼자 걷는 길이 아니다.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식사는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포폴로 피자‘에서 회원님들과 함께 나눈 식사는 서로의 삶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러한 경험은 필라테스 수업에서도 긍정적인 에너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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