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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강사의 맛있는 인생 수업

밥 한 끼의 철학:오뎅바(bar) 그리고 오뎅바다(sea)

by 유혜성

오뎅 국물처럼 깊어진 인연, 따뜻한 기억이 되다


오뎅. 일본식 표현이지만, 어묵이라는 단어보다 더 정겹고 따뜻하다. 어묵이라 하면 왠지 정갈하고 깔끔한 느낌이지만, 오뎅이라고 하면 추억과 서민적인 정서가 함께 떠오른다.

포장마차에 서서 떡볶이와 함께 꼬불꼬불한 오뎅을 먹던 기억, 추운 겨울 손난로처럼 따뜻한 국물을 호호 불며 마시던 순간들. 오뎅은 그런 면에서 우리의 기억과 감성을 담아두는 그릇 같은 존재다.

오뎅바다에서 건져 올린 우정

그런 오뎅과 깊은 인연이 있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이름부터 유쾌한 ‘오뎅바다’

오뎅이 바다에 빠진 듯한 그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의 입가에 웃음을 띠게 하는 작은 바. 그곳은 파도처럼 밀려드는 삶의 이야기들이 부딪히고 넘실거리던 따뜻한 공간이었다.


파도처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그릇 국물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따뜻한 말을 나누며 잠시 마음을 녹이던 곳.


그곳을 운영하던 사장은 직접 요리를 하고 서빙을 하면서, 손님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었다. 어느새 우리는 그의 단골이 되었고, 손님이 아닌 친구가 되었다.

오뎅바다’의 오뎅꼬치는 지그재그 모양으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색깔별로 다른 가격표가 달려 있었다. 우리는 회전초밥처럼 꼬치의 수를 세며 계산을 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인생이라는 긴 꼬치 위에 시간과 기억을 하나씩 꽂아 쌓아 가는 일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이 그곳을 찾았던 이유는 단순한 맛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장이 보여준 ‘진심’과 ‘정’이 있었다. 그리고 그 정은, 오뎅보다 더 깊은 온기로 우리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았다.

오뎅바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메뉴는 단연 ‘날치알 계란말이’였다. 부드럽고 따뜻한 계란 사이로 톡톡 터지는 날치알의 식감,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하고 짭조름한 감칠맛.

그 계란말이를 볼 때마다 나는 자주 필라테스의 ‘롤업, 롤다운’ 동작을 떠올렸다. 척추를 하나씩 차곡차곡 말아 올리고, 다시 천천히 내려놓으며 중심을 찾아가는 움직임.

삶도, 운동도, 요리도 결국 같은 결을 지닌다. 정성과 시간이 차곡차곡 쌓일 때, 비로소 그 본질이 드러난다. 단순히 말아 올리는 게 아니라, 신중하게 겹겹이 마음을 담아 올리는 것.

그래서 그 계란말이는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하나의 철학처럼 느껴졌다.


바다를 닮은 우리, 오뎅바에서 시작된 우정


그곳에서 우리는 단지 음식과 술을 즐긴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었고, 이야기를 공유하며 우정이 깊어졌다. 오뎅바다 사장과는 바다 여행도 함께했다. 동해, 서해, 남해를 따라 떠돌며, 그때마다 술잔을 기울이고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를 쌓아갔다.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오뎅바다에 모였던 손님들도 결국 같은 인연으로 이어졌다. 처음엔 손님으로 만났지만, 필라테스를 배우는 회원이 되기도 했고, 또 그들의 친구들이 다시 인연이 되어 연결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의 따뜻한 물결처럼 서로를 감싸 안으며, 삶의 어느 한 지점을 함께 흘러갔다..

인연은 끝나지 않는다, 다만 흘러갈 뿐


오뎅바다는 결국 문을 닫았다. 누구의 탓도, 어떤 잘못도 아니었다. 그저 삶이라는 파도가 또 한 번 밀려왔을 뿐이었다.

사장은 강원도 원주로 내려가 인삼 농사를 시작했고, 우리는 여전히 계절마다 안부를 주고받는다. 인삼과 함께, 마음도 함께 나눈다.

이제 그는 필라테스가 필요한 사람들을 내게 소개해주고, 나는 그들에게 건강을 선물한다.

인연은 그렇게 흘러간다. 멀어졌다고 끝이 아니라, 다른 모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오뎅바다에서 필라테스로, 국물에서 호흡으로, 우리는 서로의 삶 속으로 연결되어 있다.


인생은 결국, 친구를 만드는 일


어떻게 보면, 인생이란 결국 ‘친구를 만들어가는 여정’ 아닐까. 처음엔 단순히 손님과 주인으로 만났지만, 마음이 통하고 바다를 함께 바라보며 삶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서로를 기억하며 살아가는 것. 오뎅을 먹으러 갔다가, 결국 마음을 나누고 친구가 되는 것처럼.

오뎅바다의 사장은 마치 바다 같은 사람이었다. 넓고 깊고, 변함없이 사람들을 품어주는 존재. 그의 따뜻한 마음이 닿았던 사람들은 그를 잊지 못하고,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며 찾는다.


어쩌면 우리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필라테스를 하고, 몸과 마음을 단련하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존재로, 누군가에게 파도가 되어 닿기 위해.


인생은 결국 사람을 만나고, 친구가 되고, 함께하는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바다를 보며 술잔을 기울이거나, 필라테스 기구 위에서 조용히 호흡을 나누면서.


인연은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흘러가는 것임을 나는 오뎅바다에서 배웠다.

소박한 말들이 현실이 되는 순간, 인생의 친구가 되다


“우리 나중에 삼겹살 구워 먹자.”

“바다 보면서 소주 한잔하자.”

“전원주택에 모여 편하게 살자.”


그런 말들은 농담 같았지만, 우리는 그 말들을 기억했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고 있다. 말은 현실이 되었고, 마음은 시간이 흘러도 바래지 않았다.

진심으로 이어진 관계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의 인연은 국물처럼 우러나고, 바다처럼 흘러가고, 결국은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


따뜻한 기억이 되는 삶


오뎅은 국물 속에서 익어가며 온기를 만든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익히고, 기억을 나누고, 마음을 데우며 살아간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의 삶 속에서 따뜻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마치 한겨울 포장마차 앞에서 호호 불며 나누던 오뎅처럼.


삶은 그렇게, 따뜻한 기억으로 완성된다.


인생은 결국, 따뜻한 오뎅 한 그릇 같은 것


처음엔 별것 아니었지만, 함께 나누는 순간 그 모든 것이 깊어졌다. 우리는 그렇게 연결되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언제든, 어디서든, 바다를 보며 웃을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 다시, 오뎅처럼 따끈한 기억 속에서 만나기를.


삶이란 결국 함께 나누는 것이고, 진심으로 이어진 관계는 사라지지 않는다.

<필라테스 강사의 맛있는 인생 수업>을 함께해 주신 독자님들께


오뎅바다,

그곳은 단지 오뎅을 파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국물 속 깊은 정이 끓고,

말없이 내어준 한 그릇에 마음이 데워지던 곳이었지요.


손님은 단골이 되고,

단골은 친구가 되며,

우리는 삶이라는 긴 국물 속에서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스며들었습니다.


이 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엔 낯설게 다가왔을 수도 있겠지만,

서서히 마음 한 편에 자리를 내어주시고,

함께 웃고 공감하며 읽어주셨습니다.

그 따뜻한 동행 덕분에 저는 매일 정성껏 ‘글을 끓일 수’ 있었습니다.


필라테스 강사의 맛있는 인생 수업.

제 이야기면서

여러분의 이야기였습니다.


몸이 아픈 날에도, 마음이 무거운 날에도

한 끼 밥을 챙겨 먹는 것처럼,

이 글이 여러분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랐습니다.


운동처럼, 음식처럼, 사랑처럼

삶은 결국 코어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요.

중심을 잃지 않되, 유연하게.

단단하되, 따뜻하게.


<필라테스 강사의 맛있는 인생 수업> 시즌1은

여기서 마치지만,

우리의 인연은 한 그릇 국물처럼 깊게 남아

또 다른 계절, 또 다른 책, 또 다른 이야기로

다시 만나게 되리라 믿습니다.


당신이 밥처럼 따뜻하고,

국물처럼 깊고,

필라테스처럼 강해지기를.


그동안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당신의 인생 친구, 필라테스 강사 유혜성 Dream.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omet_you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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