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이의 밤토키

예약했어. 링크 하나 보냈을 뿐인데

by 유혜성

<예약했어.

링크 하나 보냈을 뿐인데>


밤토끼 연작 6: 그리고 우리는 잠깐 봄이 되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 날.


토랑이는

제이에게 링크 하나를 보냈다.


“여기 봐.

강가 쪽 카페래.”


잠시 뒤

링크 하나를 더 보냈다.


“근처 맛집도 있대.”


사진 몇 장이 같이 올라왔다.


“공장 개조 카페라는데

여기 분위기 괜찮다.”


하지만

토랑이는

가자고 말하지 않았다.


그냥

링크만 보냈다.


늘 그랬다.


좋아하는 건

말 대신

링크로 보냈다.


괜히 말했다가

거절당할까 봐.


그런데


1분도 안 돼서

톡이 왔다.


예약했어.


토랑이는 잠깐 멈췄다.


“… 뭐를?”


“카페랑 맛집.”


“아니, 그냥 보낸 거야.”


제이가 웃었다.


“아니지.”


“그건

가고 싶다는 뜻이잖아.”


그 말이

봄바람처럼

토랑이의 마음을 스쳤다.


사랑은 가끔

5초 안에 결정된다.


“넌 내 거니까.”


“… 뭐?”


“네가 좋아하는 거,

가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다 해주고 싶어.”


제이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어.”


잠깐 멈추더니

조용히 덧붙였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도.”


“내 토랑이를 위해서라면.”


그날

토랑이는 처음 알았다.


제이가

생각보다 훨씬 단단한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훨씬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도.

사람들은 사랑을

대단한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이런 거다.


링크 하나에

마음을 읽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의도를 알아채는 사람.


그리고

바로 행동하는 사람.


토랑이는 무심하다.


좋으면

링크만 보낸다.


제이는 세심하다.


행간을 읽고

온도를 기억한다.


그래서

둘은 잘 맞는다.


사랑은

해주는 사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걸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어야

완성된다.


“왜 그렇게까지 해?”


“좋아서.”


“뭐가?”


제이가

아주 쉽게 말했다.


“네가.”


단순한 대답인데

심장이 먼저 이해했다.


토랑이의 마음이

조용히

몽글해졌다.


제이가 말했다.


“사진도 찍자.”


토랑이가 웃었다.


“갑자기 왜?”


제이는 잠깐 토랑이를 보더니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네가 예쁘니까.”


토랑이는 피식 웃었다.


“말은 잘해.”


제이가 어깨를 으쓱했다.


“말만이 아니잖아.”


“예약도 했잖아.”


그 순간


벚꽃이

어딘가에서


조용히


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정말로.


벚꽃이

유리창에 닿았다가

천천히 흘러내렸다.


차 안에는

햇살이 내려앉아 있었다.


제이는 운전대를 잡은 채

가끔 옆을 봤다.


토랑이는

안전벨트를 맨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면

괜히 웃음이 났다.


이유 없이.


그냥 좋았다.


“왜 그렇게 봐.”


“그냥.”


“그냥이 뭐야.”


토랑이가 창밖을 보고

다시 제이를 봤다.


“오늘은… 낮이잖아.”


제이는 잠깐 속도를 줄였다.


강가 옆

벚꽃길.


사람이 드문 곳에

차를 세웠다.


엔진이 꺼지자

세상이 조용해졌다.


벚꽃이

차 위로 떨어지는 소리만

가볍게 들렸다.


“토랑이.”


“응?”


“오늘은 안 도망가?”


토랑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뭘.”


제이가 웃었다.


“가까워지면

귀 쫑긋 세우고

밤 되길 기다리잖아.”


그 말에

토랑이가 웃었다.


“낮에는

토끼 안 되거든.”


제이의 눈빛이

조금 깊어졌다.


“그럼 지금은?”


토랑이가 잠깐 멈췄다.


그리고 말했다.


“지금은

그냥 나야.”


제이가

가까이 다가왔다.


급하지 않게.


마치

봄이 오듯이.


손끝이

토랑이의 볼을 스쳤다.


햇빛 아래

그의 손이 따뜻했다.


토랑이가 작게 웃었다.


“햇살 냄새 나.”


“뭐야, 그게.”


“낮에 안는 건

처음이라서.”


토랑이의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


도망치지 않았다.


귀도

꼬리도.


그저


사람으로

그의 품 안에 안겼다.

차 안은

생각보다 좁았다.


그래서

더 가까웠다.


제이의 셔츠가

토랑이의 손끝에 잡혔다.


숨이

조금 섞였다.


입술이 닿기 전


벚꽃 한 장이

앞유리를 스쳤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입술이

겹쳐졌다.


확인하듯.


낮에도

괜찮은지 묻듯이.


토랑이는

눈을 감았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안겼다.


한참 후


제이가 이마를 맞댄 채

작게 웃었다.


“낮에도… 그대로네.”


“뭐가.”


제이가 말했다.


“내 거.”


토랑이는

괜히 창밖을 봤다.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심장이

아직도 봄이었다.


제이가

작게 속삭였다.


“밤에 또 만나야지.”


“왜.”


제이가 웃었다.


“밤에는

내 토끼도 봐야 하니까.”


토랑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벚꽃이 피는 소리가


차 안에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날


봄이

조용히


둘 사이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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