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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기억하는 춤, 필라테스

몸은 기억한다

by 유혜성

몸은 기억한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흔들리고

물결이 일면 바다는 춤을 춘다.

몸도 그럴 수 있을까?

억눌렀던 숨을 풀어놓으면

굳어 있던 마음도 함께 풀릴까?


어느 날,

나는 내 몸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수없이 접힌 어깨,

굽어 있던 허리,

힘을 잃은 손끝과 발끝.

모든 것이 나를 말하고 있었다.


그때 바람이 지나갔다.

나는 눈을 감고,

천천히 몸을 맡겼다.

뻣뻣했던 관절이 하나둘 열리고

근육이 마치 기억이라도 한 듯

부드럽게 흐르기 시작했다.


몸이 말하는 대로 움직이자

마음도 함께 춤을 추었다.

내 안에서 막혀 있던 길이 열리고

움직임 속에서 자유를 찾았다.

그제야 알았다.

몸이 기억하는 춤이란,

내가 나를 잊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PS.

몸은 말이 없다.

그러나 기억한다.

우리가 걸었던 길, 버텨낸 날들,

입술 끝까지 삼켰던 울음까지도.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굽은 어깨는 무거운 짐을 오래 짊어졌고, 닫힌 가슴은 세상에 마음을 열지 못한 채 살아왔음을.


굳어진 허리는 쉬지 못한 마음의 흔적이고, 무너진 중심은 나를 잊고 살았던 시간의 기록이라는 것을.

그렇게 잊고 있었던 몸을 다시 깨운다.

한 번의 숨, 한 번의 움직임,

천천히, 조용히, 그러나 깊숙이.

움직일수록 나를 만나고,

흐를수록 자유를 되찾는다.


몸이 기억하는 춤, 그것이 필라테스다.

이 글은 단순한 운동 이야기가 아니다.

몸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움직임 속에서 삶을 발견하는 여정이다.


지금, 당신의 몸은 어떤 기억을 품고 있는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는가.


이제 숨을 쉬어라.

당신의 몸이 춤출 수 있도록.

당신의 삶이 다시 시작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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