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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 법은 악법인가?

교육 이슈를 편안하게 1

by 훈민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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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평범한 교사이다. 교사의 입장이다 보니, 교사 편을 들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모두의 의견이 다르고 모두 소중한 의견이니 이러한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 하고 생각해 주길 바란다.)




오늘 편안하게 이야기해볼 교육 이슈는 민식이 법이다.


민식이 법은 과연 악법인가?




나는 2019년 처음으로 초등학교에 발령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1년 후 2020년부터 2021년까지 1년 6개월의 군복무를 마치고 학교현장으로 복귀하였다.

그 1년 6개월 사이에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코로나로 인한 변화였다.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고 급식자리도 띄엄띄엄 떨어져서 먹었다.

코로나를 제외하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학교 앞에 설치된 30km 과속 단속 카메라였다.



분명 19년에는 없었던 카메라가 설치되었다. 그 설치의 배경에는 마음 아픈 이야기가 있었다.

2019년 9월 11일 충남 아산의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김민식 군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고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따서 민식이 법을 제정하였다. 당시 민식 군은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량에 치여 숨졌는데, 사고 현장에는 신호등이나 과속 단속 카메라 같은 기본적인 안전시설조차 없었다. 따라서 이러한 사고를 막고자 민식이 법이 제정되었다.




민식이 법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 도로교통법 개정안

1) 스쿨존 내 과속방지카메라와 신호등 설치 의무화

2) 스쿨존 내 차량 제한속도를 30km/h 이하로 엄격히 규제

2. 특정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

1)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가중 처벌 규정


나는 교사가 아닌 평범한 운전자의 입장에서 1번은 아주 잘 만든 법이라 생각된다.

30km/h는 상당히 느린 속도이다. 운전자 입장에서 매우 매우 답답한 것이 사실이다. 카메라까지 눈에 불을 켜고 쳐다보면 벌금이 무서워서 지킬 수밖에 없다. 매일매일 학교 앞을 출근, 퇴근하는 사람인 나는 아주 귀찮다.


하지만, 운전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시속 30에서 정지하는 것과 시속 50에서 정지하는 것의 차이를..

초등학생을 매일 보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아주 조심성이 없고 겁도 없고 천방지축인 아이들이 많다.

아무리 "조심해라". "손을 들고 건너라" 말을 해도 본인이 차에 치이기 전까진 변하지 않는 것이 아이들이다.(물론 치인 후에 변한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조금 큰 운전자가가 그들의 실수를 큰 사고가 아닌 작은 해프닝으로 만들기 위해서 조심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스쿨존이 생길 때 반대하지 않은 이유가 이런 내용에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식이 법이 악법이라 욕을 먹는 이유는 2번 내용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줄여서 특가법,,

여기서 운전자는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교통사고라는 것은 내가 아무리 운전을 잘하고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서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갑자기 끼어드는 차, 갑자기 급정거해버리는 차 등 운전을 하다 보면 어디 아픈 건 아닌가 걱정되는 사람들이 주변에 참 많다.. 보행자들도 마찬가지다. 아니 더 심한 경우도 있다.


우리가 아무리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아무리 천천히 운전하더라도 스쿨존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은 절대 0이 되지 않는다.

그 사고가 났을 때, 민식이 법은 오롯이 그 책임을 운전자에게 전가하는 게 아닌가 라는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먼저 민식이 법에 따르면 스쿨존 내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가 거의 무조건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이다. 사고 경위나 어린이의 과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갑자기 도로로 뛰어든 어린이를 피하지 못한 경우에도 운전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은 운전자=가해자라는 고정관념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피해 가긴 어렵다.


또한 억울한 사고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민식이 법 시행 이후 억울하게 처벌받는 운전자들의 사례가 언론에 자주 보도되었다.

예를 들어 제한속도를 지키며 주행하던 차량에 어린이가 부주의하게 뛰어들었는데도 운전자가 처벌받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사례는 법의 형평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사고 예방 효과에 대한 의문점이 있다.

법 시행 이후에도 스쿨존 교통사고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사고 에방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근본적으로 도로 환경 개선,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의 안전 교육 강화 같은 종합적인 대책이 부족하다.





그래서 민식이 법은 악법인가?

나는 과감하게 '그렇다'라고 말하고 싶다.



민식 군의 안타까운 사망 사건을 폄혜하 거나 무시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사례를 가지고 모든 운전자를 잠재적 살인범으로 만들어버렸다.

스쿨존 내에서 학생이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되었다면 그것에 대한 대책을

1. 운전자 측의 과실 - 운전면허 시험 또는 교육이나 홍보를 통해 스쿨존에서의 주의를 강조

2. 시스템적인 문제 개선 - 스쿨존 과속단속카메라 또는 과속방지턱 등 안전을 위한 방안 조성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3. 보행자의 주의 - 보행자 또한 위험한 행동을 했을 때 책임이 있다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내용 없이 운전자만을 가해자로 규정짓고 보는 법은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악법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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