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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체험학습 갈 수 있을까?

교육이슈를 편안하게

by 훈민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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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평범한 교사이다. 교사의 입장이다 보니, 교사 편을 들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모두의 의견이 다르고 모두 소중한 의견이니 이러한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 하고 생각해 주길 바란다.)


따스한 봄이 다가오고 있는 계절이다.

우리의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이 계절쯤 떠오르는 것은 현장체험학습, 수학여행, 졸업여행 등이 있다.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수목원에 모여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수건 돌리기를 했던 기억,

중학교 시절 놀이공원으로 놀러 가서 함께 회오리감자와 츄러스를 사 먹었던 기억,

고등학교 시절 제주도 한라산에 1등으로 오르겠다고 뛰어가다가 체력을 다 써서 그다음 일정 하나도 수행하지 못하고 차에서 잠만 잤던 기억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요즘 학교와 학부모님들 사이에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학교 100곳 중 97곳은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하는 분위기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내 주변의 교사들에게 물어보면 많이 취소하였다고 하고 우리 학교도 1학기에는 일단 취소하는 걸로 결정이 났다.


그럼 왜? 현장체험학습을 가지 않는 것일까?

작년까지는 아무 탈 없이 다녀오던 현장체험학습을?


사실 작년에도 아무 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흔히 교사들 사이에서 노란 버스 대란이라고 불리는 일이 있었다. 경찰청이 번제처 유권해석에 따라 현장체험학습에는 전세버스(우리가 흔히 아는 대절버스)가 아닌 어린이 통학버스(우리가 흔히 아는 노란 버스)를 타야 한다고 밝혔다.

노란 버스는 학교 유치원 또는 시골학교 등하교용으로 몇 대 있는 것을 제외하고 버스회사에서도 많이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 당연히 난리가 났고 전세버스를 타고 가는 것은 법을 어기는 행위이고 이에 따라 작은 사고라도 났을 경우 학교가 모든 책임을 지게 되는 구조였다.


교사들은 반발했고 나는 그때 생존수영 담당이었는데 노란 버스를 겨우겨우 3대 구해서 갔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이때 현장체험학습을 버스를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취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노란 버스 대란은 빨리 마무리되었다. 23년 9월쯤 국토교통부에서 전세버스도 가능하다는(약간의 안전장치를 추가한다면) 공지를 하였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그럼 올해 다시 불타오르는 현장체험학습 이슈는 무엇일까?


작년(2024년) 강원도 속초의 한 초등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 도중 학생이 버스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1심의 판결이 교사에게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교사는 사실상 범죄자가 되었고 공무원인 교사의 특성상 더 이상 교사로 근무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교사들은 크게 분개하였다. 학생 20명에서 많게는 27명 정도가 한 반에 구성되어 있다. 이 아이들은 초등학생, 어디로 튈지 모르고 통제를 잘 따르지 않는 학생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아무리 보조 교사를 붙이고 안전교육을 하고 겁을 주고 통제를 하여도 이미 들떠 있는 초등학생 20여 명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교사에게 잘못이 하나도 없냐고 물으면 그건 아닐 것이다. 길 가다가 조금 억울하게 사고가 나도 100:0이 잘 안 나오듯이 굳이 과실을 묻자면 어느 정도 있긴 할 것이다. 하지만 금고 6개월형은 사실 범죄자라고 지정하는 판결이다. 교사들은 현장체험에서 사고가 나면 나도 범죄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자 현장체험학습을 왜 가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고민까지 들고 있다.

예전이야 여행을 가지 못하는 가정도 많고 친구들과 추억을 쌓으라는 이유로 추진되었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여행을 쉽게 가고 친구들과의 추억에 교사의 밥줄을 거는 건 비교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교사들의 생각이다.


현장체험학습을 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싶다. 상식적인 사회가 된다면 예전처럼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런 판결이 나온 이상 상식이 흔들렸다.

따라서 교사를 보호하는 법안 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안전교육 또는 수행해야 하는 안전수칙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주고 이를 다 지킨다면 교사에게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확답이 있다면 현장체험학습을 갈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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