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호천사

by 앙니토끼

그날은 조금 이상한 날이었다.


마감하느라 밤을 새운 나는 낮 12시쯤 잠이 들었다.

정신없이 자고 있는데 흰둥이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흰둥이는 문을 두드리거나 문이 열릴 때를 제외하곤 잘 짖지 않았다.


시간을 보니 오후 6시쯤이었다.

회사에 간 언니도, 학교 간 동생도 아직 올 시간이 아니었다.

동생이 예정보다 일찍 왔나 싶어 이름을 불러보았는데 아무 대답도 없었다.


너무 졸렸던 나는 그냥 누가 지나갔나 보다 하고 다시 자려고 했다.


“왈왈왈!!”

흰둥이가 계속 짖었다.


“흰둥아, 왜 그래~ 아무도 안 왔는데…”


“왈왈왈왈!!!!”


그런데 흰둥이가 짖는 방향이 이상했다.

현관 쪽이 아니라 옆 방 문 앞에서 방 안쪽을 향해 짖고 있었다.


나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옆방으로 갔다.

그때 후다닥 누군가 창문 앞에서 사라졌다.


창문 창살 두 개가 끊어져 벌어져 있었다.


순간 잠이 완전히 사라졌다.

소름이 끼쳤다.

아마 한 개만 더 끊었다면 들어올 수 있었을 거다.


이후에는 기억이 잘 안 난다.

당황해서 동생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던 것 같다.

동생과 경찰이 집에 왔다.

자초지종을 듣더니 2층에 살고 있는 집주인을 불렀다.


“방범창이 너무 약한 걸로 되어있어요. 안전한 걸로 바꿔주세요. “

경찰이 말했다.


“그냥 끊어진 것만 고쳐주면 될 것 같은데…”

집주인이 말을 흐렸다.


집주인이 나쁜 분들은 아니었다. 그래도 예상치 못한 지출은 하고 싶지 않았나 보다.

‘내 또래의 딸도 있는 분들이…‘

순간 세입자라는 게 너무 서러웠다.


“안 됩니다. 바꿔주세요!! 확인할 겁니다.”


경찰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경찰 두 분은 당분간 동네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집주인이 약속을 안 지키면 연락을 하라고도 하셨다.



경찰이 가고 나서 생각해 보니 뭘 훔치려고 한 것 같진 않았다.

그러기엔 시간대가 너무 애매했다.

훔쳐갈 만한 것도 없는 집이었고.

흰둥이가 짖기 시작했을 때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도 창살을 끊었던 거다.


낮에 여자 혼자 있는 걸 알았던 걸까?

흰둥이가 없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흰둥이를 키우는 게 집주인보기 조금 껄끄러울 때가 많았는데 그날 이후로 당당하게 키울 수 있었다.

그 집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은 건 흰둥이 덕분이었으니까.



흰둥이가 나를 지켜주었다.

원래도 너무 착하고 얌전해서 흰둥이를 천사 같다고 했던 우리 엄마는 이 날 이후로 아예 천사라고 불렀다.


나의 수호천사 흰둥이.


결혼하기 전까지 그 집에서 4년을 살았다.

흰둥이가 없었다면 나는 그 집에서 하루도 못 살았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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