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바람, 벚꽃, 흰둥이

by 앙니토끼

일산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

흰둥이와 함께.


평일 한낮의 시내버스는 한산했다.

창문을 열자 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왔다.

이동장 문을 살짝 열어주자 흰둥이가 고개를 내밀고 바람냄새를 킁킁 맡기 시작했다.


바람에 날리던 흰둥이의 털과 행복한 표정.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바람을 맞는 흰둥이



일산호수공원에서 돗자리도 없이 잔디밭에 앉아 도시락으로 싸 온 주먹밥을 친구와 먹었다.

벚꽃은 슬슬 지고 있었다.

바닥에 벚꽃 잎이 흩날렸다.


흰둥이와 나


벚꽃 잎을, 잔디밭을 한참이나 걸었다.

흰둥이의 하얀 다리가 회색이 되었다.


일산호수공원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흰둥이가 생각난다.

흰둥이를 데리고 간 건 고작 한 번뿐인데 그날의 바람과 흰둥이, 햇살과 벚꽃이 떠오른다.



회색이 된 흰둥이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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