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 에세이_너에게 출근
살구빛 표지에 그려진 수현의 그림은 어쩐지 개구쟁이 같은 표정과 함께 씩씩해보입니다. 책을 읽다 태명이 ‘씩씩이’였다 사실에 역시 수현과 어울리는구나 싶어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음악으로 먹고 사는 프리랜서’로 설명된 배우자인 언니를 통해 새로이 만들어진 그들의 가정과 그 가정의 구성원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엔 살구의 육아 에세이 보는 맛이 꽤 쏠쏠했지요. 수현의 얼굴에는 언니와 살구의 얼굴이 모두 들어있습니다. 수현과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적 환호성으로 수현을 응원하곤 했습니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가 작고 귀여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숨이 차게 뛰어 버스를 타고 가장 빨리 내릴 수 있는 곳에 앉아 다시 수현에게 뛰어가는 아빠의 모습을 마치 드라마를 찍기 위해 돌아가는 카메라처럼 쭉 이어 상상해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맨 먼저 그런 살구와 수현을 머리 속에 그려보았습니다. 연재 글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 들었습니다. 귀여움이 배가 되고, 뭉클이 배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살구의 글은 따뜻합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될 일상에서 살구는 문득 하늘을 바라보며, 아 하늘 참 높고 예쁘다 하는 마음으로 수현을 바라보고 일상을 맞이하는 것만 같습니다. 나의 주 양육자는 살구처럼, 김하나 작가의 어머니처럼 이런 기록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그것에 대해 서운해지는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수현과의 기록을 남긴 살구 에세이를 보며 쓸데 없는 질투도 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나는 앞으로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육아에 대한 기록들을 같이 읽어가며 한 아이가 자라나는데 필요한 것들을 함께 생각해보기로 했으니까요. 내가 쓰지 못한 다양한 삶의 경험들을 잘 들여다 보기로 했으니까요.
모든 것이 당연하게 주어지고, 또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아는 이들이 수현의 주 양육자가 되어서 수현은 배울 것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또 그들도 수현이란 존재를 만나 매일매일 울고 웃으며 성장하는 것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들이 서로에게 주고 받는 사랑이 자라나고 익어가는 그 과정은 고스란히 수현에게 남을 거라 믿습니다. 수현은 그 사랑을 다양한 가지로 만들어가고, 다양한 이들에게로 뻗어가겠지요.
나는 수현의 랜선 이모같은 게 아니라 지금 여기를 함께 살아가는 동료 시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기쁩니다. 아직 직접 마주한 적 없는 수현을 언젠가 만나고 싶습니다. 그때까지 수현, 씩씩하게 자라길 바라요. 저도 더 나은 당신의 동료시민이 될 수 있게 노력할게요!
<너에게 출근>, 살구 에세이, 레몬컬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