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 펍 챠우

제주 월정리 펍, 챠우

by 수수


몇 해 전, 월정 달물 근처에는 챠우라는 펍이 있었다. 야외 공간이 있던 그곳은 칵테일과 짜이를 팔던 곳이었고 밥말리와 체게바라 그림이 있던 곳이었다. 매력적이었던 그곳은 스쟈가 처음 데려가 준 곳이었다. 나는 그곳이 좋아졌는데, 그곳은 그 뒤 없어져 아쉬웠었는데, 어느날 월정 들어서는 길목에 똑같은 이름이 생겼다. 문이 닫겨 안을 볼 수 없었고, 가보지 못했지만 이름이 똑같은 곳이라니, 설마 다시 생긴건가? 싶었던 곳을 오늘 친구들과 다녀왔다. 들어가자마자 나는 향 그리고 공간 느낌이 낯설지 않았다. 사장님께 물어보니 다른 장소인 이곳에 여신 게 맞다고 했다. 그때 와보았냐는 말에 그랬다고 하니, 잊지 않고 다시 찾아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일단 챠우에 왔으니 다양한 칵테일이 있어도 짜이를 먹어야지, 하며 따뜻한 짜이를 한 잔 마시며 제주에 도착한 친구들과 많고 깊고 진한 대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참으로 남사스럽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몇 달 전에도 했던 이야기를 질리지도 않고 또 한다. 조금씩 곁들이는 새로운 언어와 톤과 느낌으로 그러나 같은 감정으로.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깔깔깔 웃고, 울었고, 와구와구 떠들고 잠시 침묵하며 고요했다. 이 남사스럽고 질리지도 않은 예외적 사랑은 이제 우연과 필연이 엮어져 신-사랑 시대를 우리에게 연 것이다.


오픈해서 문 닫을 때까지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사장님은 기쁨이 아니겠지만, 우린 우리만의 공간을 빌린 듯 너무 편안하고 너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 아, 왜 진즉 밤에 이리 와볼 생각을 못했을꼬. 있는 동안 한 번 더 가고 싶다. 다시 생긴 펍 챠우! 반가워! (사장님이 서비스로 주신 야관문으로 만든 칵테일은 독특한 발효 차맛이 났는데, 맛있어서 마음에 쏙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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