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도 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림책 <비에도 지지 않고>

by 수수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과 욕심 없는 마음으로

결코 화내지 않고 언제나 조용히 웃음 짓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내 잇속을 따지지 않고

사람들을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가 있다면 가서 돌보아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가 있다면 가서 볏짐을 날라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가서 두려움을 달래주고

북쪽에 다툼이나 소송이 있다면 의미 없는 일이니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이 들면 눈물 흘리고

추운 여름이면 걱정하며 걷고

모두에게 바보라 불려도, 칭찬에도 미움에도 휘둘리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미야자와 겐지의 글이 마음에 파동을 주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비록 비에도, 바람에도, 눈보라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내가 지더라도 살아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비록 때론 잇속을 생각하느라 스스로를 탓하고, 모든 사람에게 열린 마음으로 사랑을 주지 못하고, 칭찬과 미움에 휘둘리더라도 그것을 직면하며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요즘 나의 화두인 것만 같은 ‘용기’를 가진 단단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그러니까 비에도 지지 않는다는 건 내가 비를 이겨버리겠다는 게 아니라 비를 맞고 비에 젖는 것이 나를 지게 하는 것이 아님을 내가 사유할 수 있다는 것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임을.


<비에도 지지않고>, 미야자와 겐지 글, 곽수진 그림, 언제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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