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_내가 되는 꿈
‘젊은 시절의 엄마 아빠처럼 자신을 견딜 수 없어 상대를 증오하는 방법으로 정신없이 화를 내며 살고 있는 나를 찾아왔다. 어린 시절의 내가. 이거 야광이다. 말해주려고.’
막막한 삶을 나 혼자서 책임져야 할 때, 여러 나이의 나를 떠올린다는 최진영 작가의 <내가 되는 꿈>은 어린 시절과 지금의 내가 공존한다. 못마땅하고 자책하는 나, 미운 나, 외로운 나. 그런데 그런 ‘나’들이 공존하니까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순간순간 ‘아, 너무 좋다.’를 계속 생각하고, 문득문득 울컥해서 눈물이 났다.
얼마 전 읽은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의 지연과 <내가 되는 꿈>의 태희가 만나는 것 같다. 사랑하는 두 작가의 각기 다른 소설이지만 태희와 지연이 찾아가는 자신의 길, 되돌아보는 시절, 그리하여 새로이 만나는 순간들에 대해.
최진영 작가는 작가의 글에서 소설을 읽어준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 마음을 생각하면 까마득히 남아 있는 쓸쓸한 길 위에서도 담담하게 걸을 수 있다고. 나는 그 글을 읽고 또 울었다. 나는 최진영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담담하게 같이 걸어가는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다. (정말 소설 만세)
소설에는 이름들이 많이 나온다. 그 이름들 속에 내가 존재한다. 갈 길 없듯 혹은 돌아갈 곳이 답답한 집밖에 없던 이들에게도 이름이 존재하고, ‘나’는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도. 나만이 아니라 친구들도, 엄마도, 할머니도, 아빠도, 이모도 제각각 다른 거리만큼 존재하지만 그게 없는 건 아니니까. 미운 마음의 폭발이 아니라 어떤 순간은 서로가 서로의 핑계가 되기도 하면서.
이 책은 원가족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성별 상관없는 사랑과 고통이 쓰여져서 그것도 좋았다. 그게 하나 이상할게 없는 세계라서. 그리고 스쿨미투 이야기가 터져나왔을 때처럼 청소년 시기 학교에서 매일 일어났던 폭력의 경험들에 대해서도 다루는 소설. 얼마나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교실이었는지 작가는 잊지도 않고 또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 응하는 마음이라 여겨졌다. 이 소설의 태희의 이야기는 외로움과 좌절이기도 했지만, 작은 승리들이고 성장이기도 했다. 그 속에서 모욕감을 배우고 모욕감을 버텨온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도 이 세계에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그 모욕감을 어떻게 바꾸어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나는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렇게 ‘내가 되는’ 꿈을 나는 너와 나누고 싶다.
<내가 되는 꿈>, 최진영, 현대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