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울 권리, 우리에게는 우리다울 권리가

줄리의 그림자

by 수수

지난 7월 선물받은 그림책을 읽었다. <줄리의 그림자>는 여자아이 같지 않아서 늘 혼나고, 여자아이 같을 때만 인정받는 줄리의 이야기이다. 그림책은 검정색으로만 이루어진 세계에 포인트처럼 빨강의 그림들이 나오는 독특하고 귀여운 그림책이다. 그리고 그림책은 획일적으로 여자아이는 이래야 한다, 남자아이는 이래야 한다고 하는 부모/어른/사람들이 나온다. 줄리는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지만, 어느 날 생긴 남자아이 그림자로 인해 혼란스러워진다. 줄리는 넌 내가 아니라고, 난 여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줄리는 마음이 조금 지치기도 하지만 이내 깨닫는다. 나는 나다울 권리가 있다고.


“너도 알겠지만, 모두들 날더러 남자아이 같애. 사람들은 여자아이는 여자아이 같아야 하고, 남자아이는 남자아이 같아야 한다고 말해. 각자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권리는 없는 것처럼, 정해진 유리병 속에 들어가 있어여 하는 것처럼 말이야.”


“…..오이피클처럼 말이지?”


“맞아, 오이피클처럼 말이야. 여자 오이피클은 여자 오이피클 병에, 남자 오이피클은 남자 오이피클 병에 넣다가 남자 반 여자 반 오이피클은 어디에 넣을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거지. 나는 한 사람이 여자 같을 수도 있고, 남자 같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둘 다일 수도 있고. 꼭 한 가지 이름표를 붙여야 하는 건 아니잖아. 우리에게는 우리다울 권리가 있어.”


이 책은 68혁명 이후 1975년에 나온 그림책이다. 나는 그 사실이 무척 놀랐다. 그렇게 오래된 것에, 그리고 여전히 이 이야기가 필요할 만큼 문제가 있다는 것에. 그렇지만 우리는 계속 말하고 말하겠지. 내가 나다울 권리, 우리가 우리다울 권리에 대해. 지금 여기에서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에 대해. 좋은 그림책을 만났다. 알리고 싶고 건네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아침이다. 그러고 보니 너무 사랑하는 ‘인어를 믿나요’도 하고 사장님 덕분에 알아서 친구들과 나누었다. 이 그림책도. 앞으로 또 얼마나 반갑고 기쁜 그림책들을 만나게 될까. 생각하니 너무 기대되고 기뻐져.


<줄리의 그림자>, 크리스티앙 브뤼엘, 안 보즐렉, 이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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