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신이 되다

전혜진_여성, 귀신이 되다

by 수수

<여성, 귀신이 되다>는 여성-귀신들의 신령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동시에 그 여성들이 왜 귀신이 되었는지를 보게 하는 여성 잔혹사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여성인 귀신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왜 그녀들은 귀신이 되어야 했는지, 귀신이 되어 인간 사회에 나타나야 했는지, 복수를 하고 괴롭힘의 행위를 하고 싶어했는지를 살펴보는 의미에서 여성 잔혹사의 역사, 여성을 향한 폭력의 역사, 한풀이를 넘어선 가부장제 질서 속 성차의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선이다. 작가의 나가는 글 표현대로라면 “여성이 겪는 고난들이 축소되고, 여성이 시달리는 범죄들이 남성의 별것 아닌 장난으로 치부되거나 여성이 행실을 똑바로 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 되어버리고, 마침내 가부장제를 통해 여성들의 말할 입마저 틀어막았던 시대”에 대해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오늘날, 귀신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게 하려는 시도였고, 그 시도는 이제 우리에게 귀신이 된 여자들로만 남지 않고, (여)신이 된 여성들이 되었다. 너무 당연하게 귀신이라 읽었던 책 표지를 다시 바라본다. 이제 이 책의 제목은 귀신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다시 보니 너무나 신이라 읽히는 책을.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살아갈 것인가. 한때 인간이었고, 기록에 귀신으로 남은 여성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 곁에도, 당신 곁에도, 이 사회 어딘가, 이 지구의 어딘가들에 어떤 목소리를 담고 있을 여성들이 있다. 짓밟힌 꿈들, 규제받은 욕망들, 고정된 역할들 그 모든 것들과 그것을 넘어서고 싶은 여자들, 그 모든 것들을 그대로 하더라도 그 모습 있는 그대로 존재하고 싶은 여자들이 있다. 지금 여기에 살아가는 우리가 할 것은 무엇일까. 자명해지는 것이 있다. 죽은 뒤에야 입을 연 여성들이 아닌, 지금 여기 살아내고 있는 여성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떠나보내지 않는 것.


<여성, 귀신이 되다>, 전혜진,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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