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스
마블 메이트들과 ‘이터널스’를 보았고, 마음이 몹시 복잡한 상태로 집에 왔다. 영화를 보기 전, 세계관이 너무 다르고 확장된다고 해서 친구가 틀어준 영상을 보고 갔는데, 마블의 세계를 영화로만 만나는 내겐 그나마 그게 조금 도움이 됐다. 영화를 보면서도 생각했지만,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그리고 끝이 나서 극장을 나오면서도 계속 생각했다. 좋은데, 내 마음은 너무 복잡해져만 간다고. 영화가 호불호가 많이 갈려서 혹평을 받는다고도 하던데, 보고나니 그 평가에 그다지 동의되진 않으면서도, 알 것 같긴 했다. 기존 마블 영화가 주는 재미 요소와는 조금 다른 온도가 있었고, 사실 영화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어 했고, 또 처음 나오는 인물들인데 그 수가 너무 많고, 또 역사는 너무 길어서 그걸 영화로 담아서 후루룩 설명만 해도 시간이 몇 시간 가버릴 요소라서. 그러다보니 어떤 면에서 이 중대하게 끌어온 이야기를 이렇게? 잉? 하는 지점도 있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사실 어떤 이들에겐 시시하고 사소하게 여겨지거나 이 엄청난 일에 겨우 그런 것으로? 라고 치부되기도 할 고민들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수 세기를 살아오며 가진 그들의 여러 감정 그리고 결국 사랑에 대하여 말이다. 영화의 모습들이 너무 뻔하다고 여겨질 것들을 많이 끌어안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게 생각해요... 그 뻔한 것들이 정말 별 수 없는 진실.. 아니 이건 너무 오버다.. 그래도 그것이 정말 우리의 모습이고, 삶이고, 그 속에 늘 갈등하게 하고 아프게 하고 울게 하고 웃게 하는 중요한 지점이 아닌가 하는 것. 우리 삶은 그것이 사실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싶은 마음으로 영화를 보면서도 내내 울다가 웃다가 마음과 머리가 복잡해져만 갔다. 영화가 좋다고 여기면서도, 그래서 이 영화를 어떻게 정리해야할까 가닥이 안 잡히는 와중에도 그 모호하고, 불확실하게 잡히지 않는 무언가가 내내 좋은데, 라고.
많은 생각들을 했다. 영화에 빠지면서도 한편으론 영화를 보는 내내 딴 생각하듯이. 정말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하는. 요즘 나의 고민은 정말 그런 것인데, 이 영화가 그 고민에 같이 이입되었다. 얼마 전 읽은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이 생각나기도 하고. 같이 본 친구도 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이야기해서 반가웠는데, 김초엽 작가의 그 소설은 나의 마음을 어질어질 복잡하게 만드는데 해결보단 이어짐을 준 요소이기 때문에 이 영화도 해결이 아닌 그 고민을 더해가게 할 것이었다. 확실한 세계, 확실한 이분법, 확실한 적과 나의 관계가 아닌 것들에서 오는 공감들. 그래서 누가 나쁜데요? 그치만 누구도 맞다고 그냥 둘 순 없는 걸요. 그럼 나는 어디에 서게 될까. 어디에 설까. 어떤 선택을 할까. 누구의 곁에 설까. 어떤 과정을, 또 결과를 놓지 않을 수 있을까. 나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건 그런 것들. 사실 이건 영화가 아닌 것들.
이 묘한 영화가 감독의 영향이라면, 나는 이 감독이 다른 마블의 장면들을 더 만들어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마드랜드, 너무 사랑하고요...) 인간사에 개입하지 말고, 인간이 아닌 존재라고 하지만, 인간이 아니라고 정말 말할 수 있을까 싶은 이터널스를 통해 인간인 나는 너무나 또 인간중심적으로 사고하면서 정말 어떻게 지금-여기를 살아갈까. 그리고 오랜 시간 마음에 두지 않았던 미래인지 감수성에 대해 안고 살까. 누군가들과 어떤 사랑을 품고 살아갈까 생각했다. 정말 요즘은 이런 생각들 속에서 살아요.. 이런 와중에 집권이 유력한 양당의 대선 후보들은 어떤 말들을 내뱉고 있나요. 누군가를 쓰면 뱉고 달면 삼키려고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나요. 내 인생이 언제쯤 발을 동동 구르며 울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나요.
마블이 이런저런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은 끊임없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똑똑한 돈벌이를 하면서도 동시에 지금 이 시대를 읽지 못하는 수많은 권력과 현장 속에서 그렇지 않음에 대해 발견하곤 한다. 마블은 백인 중심, 남성 중심, 비장애 중심, 이성애 중심 등 견고했던 정상성 범주들에 균열을 내는 것만이 아니라 그 세계가 일상이 되는 장면들을 더, 더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또 혼자 눈물을 옷자락으로 닦아내는 건 어쩔 수가 없고요... 다음 이터널스가 저는 무척 기다려졌습니다. 으엉...나의 마블 메이트들, 너무 소중해. 이 영화를 보고 복잡해진 나의 마음을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입을 다물게 되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너무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