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차

모니아 메두르_파피차

by 수수

왓챠 입주 후 처음으로 본 것은 영화 <파피차>. 친구가 추천하여 본 영화였다. <파피차>는 1997년 알제리의 이야기를 다룬다. 히잡을 쓰지 않는 여성들을 위협하는 일상 속에서 히잡을 쓰지 않고, 나아가 패션쇼까지 하려는, 그것이 나쁘고 욕 먹는 것이라면 기꺼이 그런 여성들이 되고자 하는 여자들. 축고도 하고, 히잡을 쓰지 않고, 밤마다 몰래 클럽도 가고, 담배고 피우고, 대학을 다니는 여자들. 그저 안전하고 살고 싶은 나의 모습대로 살고 싶은 여자들.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찾고자 하는 여자들,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여자들. 이토록 평범한 여자들.


그러나 그들을 평범하게 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이고 누구인가. 길거리가 어디든 성추행의 장소인 것은 여성들의 문제인가. 갑자기 살인 당해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은 듯 하루가 흘러가는 것은 여성들의 문제인가.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규정하고, 여성은 이래야 한다, 남성은 저럴 수 있다 등을 만들어 신의 흉내는 내는 사람과 제도는 여성들의 문제인가.


나즈마는 머리에서부터 몸을 덮는 겉옷으로 착용하는 하이크를 가지고 다른 옷을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패션쇼도 진행하고자 한다. 영화에서는 그들의 여성/친구 연대를 물씬 만날 수 있는데, 아니 그 패션쇼 하나 뭐라고? 싶지만 목숨을 걸고 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골수 페미니트스’라고 욕 먹지만, 그들은 단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오늘도 살아가고자 했을 뿐이다. 성공적인 패션쇼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나즈마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정혜윤의 표현대로라면 ‘미래 인지 감수성’으로 남은 자들은 살아간다, 오늘도. 비록 곁을 잃은 고통을 경험했지만, 남은 자들은 잊지 않고 품으며 변화를 만들고자 살아간다, 오늘도.


모로코 여성들을 다루고, 결혼제도 밖 임신출산을 다루었던 <아담>이란 영화가 생각이 났다. 이 영화에서 나즈마의 엄마 역시 알제리에서 여성은 어떤 역할로 있어야 하는지를 공고히 가져온 사람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달라진 시대에 자신의 딸들은 린지와 나즈마를 지지해주는 여성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나즈마의 친구에게도 기꺼이 그런 지지자이자 돌봄동반자가 되어주기로 한다. ‘우리 모두 서로를 돌봅시다’라고 했던 <57번스>의 칼의 말을 같이 기록해둔다. 그것이 우리를 살아가게 할 것이다. 그리고 변화를 만들어가게 할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같이 살아남고, 살아내어야지.


한국과 너무 다른 상황이라 오늘도 너무 많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동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가 각자의 시/공간에서 잘 살아남도록 더 넓고 깊은 기반을 만들어가고 그런 기반이 서로에게 되어주고 하면서 오늘들을 만들면 그게 어디선가의 누군가들과도 동료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침묵을 선택하지 않았던 여성들을 만났다. 영화 <파피차>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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