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 브루더_노마드랜드
2021년에 본 영화들 중에, 라고 한다면 하나만을 고르기는 너무 어려워졌지만, 빠뜨리지 않고 말할 수밖에 없는 영화는 <노매드랜드>이다. 동성아트홀에서 이 영화를 보고 여운이 무척이나 길어서 찾아보니 영화의 원작 도서가 있었다. 나는 이 원작도서를 샀고, 이 르포는 영화와 또 무척 다르기도 하면서 다큐 같았던 영화와 또 너무 닮아 있었다.
책에는 영화 속 펀이 없다. 그는 누구이지 않지만 동시에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더욱 느꼈다. 좀 서글프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 나의 미래에 노마드적 노동자의 삶이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지 못하겠구나, 생각했다. 사회를 바꾸고 불안보단 안전한 삶을 이야기하는 활동가의 삶을 살면서도. 어쩌면 정작 그렇기에.
밴에서 살기를 택한, ‘홈리스’이고 싶어 하지 않는 ‘하우스리스’인 그들은 자유롭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자유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하루 벌어 살아야 하는 노동자이기도 하고, 얼마 안 되는 연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며, 경찰의 단속이 두려운 이들이며, 분도킹하며 살기 쉽지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유롭고 서로를 보듬어 주고 공동체를 이루고 있기도 했다. 그게 가능해? 라고 하는 것들이 이뤄지고 있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고 이내 또 흩어지고 모이는 새로운 공동체가 있었다.
자신의 부족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란 책 속 표현에 황정은 작가의 <계속해보겠습니다>의 나기, 나나, 소라가 생각이 났다. 각자가 부족원이자 총 인원인 세상에서 가장 작은 부족들의 그들이, 그리고 서로에게 함께가 되어주는 그들이. 내가 알지 못했기에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어떤 아름다운 이들을 이렇게 대거 만나기 된 것은 무엇보다 제시카 브루더의 몫이 컸다. 저자는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신이 노마드 동료가 되어가며 이 책을 기록했다. 이 책은 그저 어떤 사람들의 모습을 쫓는 기자의 시선이 아니다. 그는 신뢰 받았고, 일원으로 받아들여졌고, 그가 노마드였기에 가능했다. 또한 그가 노마드가 아니었기에 가능하고 남겨진 기록이기도 했다. 그는 수많은 노마드, 특히 린다에게 새로운 개입자였고, 그의 삶을 우정으로 지켜보는 다른 세계와의 연결자이기도 한 듯했다.
영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었고,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기도 했다. 노마드 세상에서 우정과 환대받은 일원으로서의 린다. 그런 린다가 영화에 출연하여 가상의 인물 펀에게 보여준 다정과 애정을 나는 여전히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무시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오늘도 이어지는 가난 속에서 나는 붙들려 있겠지만, 어딘가에 있을 린다를 생각하며 언젠가의 나, 곁의 사람들, 앞에 놓인 선택지, 우리의 삶을 놓지 않고 가져가보려 한다.
르포를 통해 미국 사회의 모순과 인종적 특권과 차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의 가난한 사람들이 새로이 택하는 불안정하고 불완전하지만, 시대에 저항하며 새로운 세계관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이야기를 만났다. 그리고 이 책과 그리고 노마드랜드의 당신들을 보면서 역시나 우리에겐 다채로운 관계망과 가족 구성이 가능하고, 우리의 삶 역시 그렇다는 걸 생각합니다. 땡큐. (책을 추천. 읽기가 어렵다면, 영화를 정말 추천)
<노마드랜드>, 제시가 부르더 지음, 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