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김현영_여자들의 사회
‘너무 적게, 지나치게 납작하게 이야기된 여자들의 진짜 관계를’ 마주하기 위한, <여자들의 사회>. 오랜 시간 ‘사회’라는 것은 남성을 기준으로 하여 이야기되어 왔었던 것에 ‘여성은 남성의 타자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라고 선언하는 듯 든든한 책 속에는 나의 경험들과 빗대어 공감하고 이입되는 부분도, 앞으로 기대되는 부분도 많은 시-공간이었다. (달목욕러 명자를 따라 어렸을 때부터 애용해온 대중목욕탕은 처음 본 사람도 말을 트게 하고, 서로의 벗은 몸을 기꺼이 내보이며 등을 부탁할 수도 있는 곳이란 걸 당신도 아는가!)
‘나는 친구들과의 시간에서만 나의 중력을 다 쓸 수 있었다. 내가 여기 다 와 있는 느낌.’의 문장에서 잠시 멈출 수밖에 없던 건, 사실 늘 그랬기에. (여자)친구들과 그리고 지정성별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관계 중심적인 사람들과의 울타리에서. 기억도 나지 않는 별 것 아닌 이유로 싸우고는 1년을 말을 하지 않고 지냈다가 어느 날 서로를 바라보며 눈물이 터져 안고 나서 그냥 풀리고만 관계가 있었다. 기숙사 방에 모여 마치 비밀을 쌓아 올려 서로를 지키는 울타리를 만들려는 사람들처럼 함께 보냈던 무수한 밤이 있었다. 우리에게 서로는 돌파구이자 위로였고 힘이자 웃음이었다. 같이 울고 웃으면서 우리의 관계는 형성되었고, 나는 그 속에서 자라났다. 명백하다. 그녀들은 나를 자라나게 했다. 그들과 쌓아온 것들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다. 지금의 내가 잘나서 그들과 달라진 것이 아니라 언제나 친구들과 지내온 시간이 있어서 오늘의 나도 있는 것이다. 비록 우리 삶엔 언제나 지나간 시절이 있기 마련이라 하더라도.
나는 늘 친구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나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그들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를 풀어나갈수록 그들과 나의 엄마(란 여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여자들은 어떻게 그 시간들을 살아내, 오늘까지 왔을까. 남자가 없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세상은 아직도 한심한 소리를 떠들어대지만, 여자들은 잘 살아왔다. 이것은 남자가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남자의 곁에서만 무언가로 인정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각각의 고유한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고, 바로 그점을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기에 함께 있는 것이 의미 있는 그런 사회’가 우리가 만들어야 할 사회일 것이다.
같은 걸 보고, 읽어도 찍히는 방점이 다르고, 그것에 따라 펼쳐지는 이야기가 다른 것이 얼마나 기쁘게 만나는 다채로움의 시간인지.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즐거움을 만났다. (읽다가 말았던 <소녀 연예인 이보나>가 궁금해져서 다시 읽어야겠군, 생각했고) 동백이 만큼이나 향미가 보고 싶다. 보고 싶어서 향미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조금 울었다. 우리 동백이 이야기... 너무 소중했어, 흑. 스우파를 보면서 원픽한 멤버와는 별개로 리더 허니제이를 보면서 많이 울고 이입하고 공감했던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리더십과 허니제이의 이야기를 만난 것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리더는 선택하고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선택과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최종 결정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서로에게 “귀여워”를 연발하는 친구들과의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보이고 만져지는 소소한 행복의 순간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지금의 삶에서 만난 <여자들의 사회>는 반가운 친구 같다. 스우파 언니들(멋있으면 다 언니)이 나오는 “해치지 않아” 보면서 이 글을 마친다. 꺄><
<여자들의 사회>, 권김현영, 휴머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