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_올리브 키터리지
남해여행 때, 마음에 들었던 책방에서 만난 책이었다. 가장 먼저 추천한 책은 <스토너>였고, 스토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것이라고 그 다음으로 추천된 책이 <올리브 키터리지>였다. 스토너를 읽고 좋은 책이라고 모임에서 서로들 나누었던 기억이 있기에 그 추천을 가득 안아서 남해여행 기념 책으로 샀던 이 책은 작은 방의 책들 사이에 조용히 있다가 이번에 격리를 하며 읽게 되었다. 약 500페이지가 되는 이 책은 첫 장부터 마음에 들어서 시작이 좋았는데, 각 챕터들이 각각 단편이라도 무방하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는 단편을 집필하다가, “아들의 결혼식에서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이제 손님들이 갈 때도 되었다’고 투덜거리는 거구의 여인에 대해 쓰면서 올리브를 주인공으로 하는 장편의 집필을 결심”했다. 그러나 이 책은 올리브를 주인공으로 한 책이 맞나? 제목이 ‘올리브 키터리지’인데 왜 헨리의 이야기에서 올리브는 어처구니없는 여자처럼 그려지고,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사방에서 나오지? 처음엔 뭘까? 싶었다. 작가는 그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했다. “올리브는 너무나 강렬한 인물이어서 페이지마다 올리브를 만나기는 어쩐지 부담”스러워 장편의 테두리 안에 에피소드 형태로 소설을 만들었다고. 그리고 올리브는 어처구니없는 사람이 아니지만, 괴팍하고 타인에게 사과를 하지 않고, 무서운 사람이기는, 맞다. 우연히 이 소설의 드라마를 알게 되어서 드라마를 보기 전에 원작 소설을 읽고 싶었다. 책은 길지만 드라마는 4부작으로 짧은데 드라마는 에피소드가 올리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니 드라마에서 후룩 지나갔던 감정선이나 삶의 서사를 책에서 이해할 수 있어 드라마의 부족을 잘 넘길 수 있었고, 책에서 갸웃거려지는 것들을 드라마의 배우들의 연기로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괴팍하고 사과도 할 줄 모른다고 하지만, 올리브는 사람들에게 늘 관심이 있었다. 올리브는 냉소적이고 무관심해보이지만, 늘 관심이 있었고 삶은 지긋지긋하대도 그걸 임의로 끝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물론 드라마에서는 조금 다른 설정이 나오지만) 결혼은 그런 것이라며 사랑이 나타났을 때 참으며 그 시절을 괴롭게도 보냈지만, 그는 살아내었고 헨리와 버텨왔다. 그리고 오늘도 살아간다. 살아낸다, 그는. 그 속에 사랑이 없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나. 삶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누가 무시할 수 있나. 휘황찬란한 것들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아니란 걸, 그런 건 말도 안 되는 드라마나 다른 세계의 일 같다는 걸 올리브를 만나면서 점점 더 짙게 알게 되었다. 그것이 슬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때때로 지리멸렬하지만, 그렇게 계속 가보는 것이 삶이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곤 해.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소설,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