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죽던 날

박지완_내가 죽던 날

by 수수

“아무도 안 남았어요.”

‘니가 남엇다.’


순천댁은 세진에게 말한다. 아무도 구해주지 않는 세상에서 네가 너를 구하라고. 아무도 남지 않았다는 세진에게 네가 남았다는 것을 일깨워주면서. 그런데 그건 동시에 세진의 곁에 순천댁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것이 누군가를 폭력 속에 계속해서 버려두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살라고, 구하려고 한 것임을 알아차리는 것을 현수는 했다. 그 과정을 통해 그는 정확하게 아파하기로 했고,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서로 다른 눈빛을 보였지만, 그것이 물음표가 아니라 긴 말 없이도 이해했다는 것을, 가슴에 서로 묻을 슬픔이자 연대라는 것을 현수와 순천댁의 이별에서 보았다. 이상하게 눈물은 너무 영화다운 장면이라 여기면서도 현수가 다른 모양의 삶을 사는 세진을 만나게 된 장면에서 새어나왔다.


어제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타인들이 서로에게 곁이 되고, 서로를 구할 수도 있다.


살아남기 위해, 영화 <내가 죽던 날>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보희와 녹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