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드라마_ 젠틀맨 잭
HBO드라마 <젠틀맨 잭>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다. 1990년 초 출판된 앤 리스터의 이야기는 ‘레즈비언’이란 말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 여성을 사랑한 여성으로 일기장이 발견됐으나 그리어나 수학기호 등 암호로 해석되기 어려웠다고 한다. (영화로도 있음) 그는 여성’들’을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을 하고 같이 살고 싶어했지만, 결국 그가 여성이란 이유로 모두 거절되고 파트너들은 남자와 결혼을 한다. 앤 리스터가 겪는 성적 지향 그리고 여성이기에 할 수 없었던 것들이 무수했던 성별적 문제들 속에서 앤 리스터는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지만, 그에게 사랑하는 이와 결혼은 늘 좌절이었다. 드라마의 앤 리스터의 이전 애인이나 앤 워커의 언니의 대사로도 알 수 있듯이 그때 여성들은 결혼이란 것 없이 혼자 살아가는 건 불가능할 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상속권도 없지, 수입도 없지, 교육도 제약 받지 등등. 그녀들은 결혼하지 못한다, 여성과.
“결혼해. 남자랑. 진심이야, 프레드. 잘 생각해봐. 칭호도 생기고 돈도 생기고 원하는 건 뭐든지 가질 수 있어. 남편이랑 안 자도 돼. 사람만 잘 고르면 아예 같이 안 자도 돼. 자기 체면 세우는 걸 도와줘서 오히려 고마워할걸? 그리고 자기 마음대로 살고.”
“그러면 내가 절대 남자랑 결혼 안 한다는 거 알겠네. 어떤 상황, 어떤 이유로든 그건 이상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이야.”
“하지만 현실이…”
“나는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결혼할거야. 날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저녁을 보낼 거야. 항상 내 옆에 있고 나와 모든 걸 공유하는 사람과 예민한 남편이 허락할 때만 가끔 들르는 사람이 아니라.”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게 불가능해. 당신은 그걸 몰라. 그걸 깨닫기 전까지는 호버트양과 같은 일을 반복할 거야. 여자는 결혼할 수밖에 없고 당신은 애인 때문에 힘들겠지.”
그렇게 앤 리스터는 여성 애인들을 떠나보내고 괴로워하며 사십 대 비혼 여성이 되었다. 앤 리스터는 젠틀맨이라 불리며 사람들에게 좀 괴짜 같아도 매력적으로 기억되었고, 자신을 향한 어떤 소리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갔지만, 그가 아무것도 느끼지 않거나 영향 받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버티고 계속 자신을 지키며 살아냈다.
“나도 알아. 나랑 왜 결혼 못하지. 불가능한 일인 거 알아. 누군들 가능하겠어? 난 말이야.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이겨내고 있어. 사람들이 떠드는 말들, 어딘가에 초대받거나 길을 걸어 다닐 때도 날 보는 눈빛이 느껴져. 다들 한마디씩 할 때마다 이겨내는 거야. 스스로를 다그쳐.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고 마음에 굳은살이 박힐 때까지. 그러곤 잊어. 우리 결혼은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지. 이렇게 사랑하게 될 줄이야.”
사실 드라마 속 인물인 앤 리스터와 앤 워커가 특별했던 경우였다. (상속자) 이 지점은 그들이 아닌 다른 계급, 위치의 여성들 그리고 참형을 당하기도 했던 남성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를 생각하게 .. 했고 더불어 주인공이 지주여서 돈도 많고 계급적으로도 누릴 수 있는 게 많은 지점에서 소작농들과의 관계에서 고민스럽기도 했지만, 지금과 다른 시절에서 무엇을 가지고 있던 여성이란 틀이 갖는 강고함에 대해 더 생각해볼 수 있기도. 이것을 지금에 가져올 땐 교차하며 끌어오지 않으면 낭패란 것도.
‘젠틀맨 잭’인 앤 리스터가 사랑에 빠진, 아니 사실 꼬시려고 한 앤 워커는 그녀보다 12살 나이가 적고 부자에 돈이 많아 여기저기서 노리는데(!?) 그는 이미 진즉부터 앤 리스터를 좋아한 것 같다. (그것이 성애적이 아니어도) 심약한 여성으로 그려지고, 보호받는 이로만 그려지던 앤 워커는 마지막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시대의 금기에도 자신의 사랑과 삶을 자신의 뜻대로 지켜나가기 위해서. 그래서 이 드라마는 앤 리스터의 사랑 이야기만이 아니라 앤 워커의 자기애와 자기회복을 통한 성장 이야기로 읽히며 마무리 된다. 그래서 그렇게 마무리한 앤 워커를 만나 기뻤다.
“우리를 만드신 분은 우리 모두를 각자 귀중하고 다양하게 만드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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