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 읽은, 여행의 이유

김영하, <여행의 이유>

by 수수

떠나기 '직전', 읽은 책.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공간도 마찬가지지만, 떠나는 여행지에서도 극히 일부만을 보고, 듣고, 걷고, 느끼고 올 것이다. 힘들고 실망스러울지 모르지만, 괜찮다. 적어도 여행을 떠날 날을 기다리면서 나는 많은 것들을 버텨왔던 건 사실이니까, 이 여행이 내게 그 일상과는 조금 다른 시간과 마음으로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경험들을 비추어볼 때, 다녀오고 나서도 꽤 긴 시간, 여행지에서의 시간 덕분에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나’는 울고 웃으며 행복하리라는 확실한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이 나에겐 적합한 시기라고 오늘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한다. 많은 일들 사이로 갖게 된 시간은 설레임만이 아닌 여러 복합적 감정이 존재했지만, 단지 받아들임과 단지 두근거림과 릴렉스-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그럼에도 여행의 이유는 지금-여기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갖는 이유와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누구나 홀로 살아갈 수 없고 서로간의 신뢰와 환대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관점으로 볼 때, 일상과 여행은 맞닿아진다. 너무나 일상이어서 놓쳤던, 혹은 곱지 않은 마음으로 몸이 차올라서 등등 그런 이유로도 우리에게는 각자 어떤 모양으로든 여행이란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2020년 1월,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으며 생각


하나. ‘여행자는 낯선 존재이며, 그러므로 더 자주, 명백하게 분류되고 기호화된다. 국적, 성별, 피부색, 나이에 따른 스테레오타입이 정체성을 대체한다. 즉,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게 아니라 그저 개별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 그의 글처럼 짧지만 시간을 보낼 어느 국가에 대한 이미 경험한 이들의 두려움, 걱정 속에서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과 걱정이 떠올랐다. 별 수 없이 나는 그곳에서 그들과 같은 선주민일 수 없고, 남성이 아닌 여성일 테니까. 한편으론 그 생각을 최대한 버리려고 그러니까 무척 무심하려고 해왔다. 경험 전의 어떤 생각이 나를 장악하진 않도록. 내가 무엇으로 구분되지 않도록, 혹은 내가 무엇으로부터 구분되도록 그 모든 것에서 그저 무심해지도록.

그리고 두 번째는 친구의 짧은 메모를 보며 동시에 이 책을 읽었던 나는 ‘우리가 함께한 비행’에 대한 언젠가의 기획을 머리에 담아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