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갈 생각이 없으니까.

<페미니스트 모먼트>

by 수수


‘페미니스트 모먼트’는 누군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극적으로 변해가는 시간들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겼던, 세상을 지배라는 법칙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는 시간들- 이다. 그리하여 “저주받은 호기심과 환대받지 못한 질문들”을 운명처럼 끌어안고 자신을 깨고 부숴서 새롭게 구성하여 페미니스트로 거듭나게 되었던 순간들을 말한다. (p6)

얼마 전, 낯선 ‘페미니스트’를 만났는데 그를 만나 들었던 반가움과 즐거움외에 분명히 느낀 이질적/낯섦/어떤 감정에 대해 이 책을 서문을 읽으며 생각했다. 우리는 홀로 페미니스트일 수 없고, 갱신해 나가는 과정도 결국 나 혼자할 순 없는 것이라는 글을 읽으며 그 날이 생각났고 그때에 느낀 여러 감정들에 대해 다시 바라보자고 생각했다. (물론 혐오와 배제에 대해서는 타협의 관대함은 없다) 똑같기도 물론 어렵고 같을 필요도 없지만, 끊임없이 논의하고 대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니 나홀로 올바르다는 오만에서 벗어나 함께의 길을 갈 수 있도록, 그러면서도 자기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는 부단히도 배우고, 성찰하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신들의 ‘페미니스트 모먼트’에 써내려간 이 6명의 저자들은 모두 나의 페미니스트 모먼트’들’을 만나고 만나는데도 영향력을 준 이들이다. 이들이 말하고, 쓰고, 외친 덕분에 나는 읽고, 말하고, 외치고, 때론 쓸 수 있었무엇보다 외롭지 않은 길 위에 서 있음을 알게 되었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곁이 되어줄 수 있고 페미니스트 동료가 되고 싶음을 인식하게 했다.

우리의 삶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그 안에서 우리의 질문도 멈춤이 없다. 모든 것이 질문이 될 수 있고, 낯선 질문들에게도 기꺼이 경청하고 만나는 태도를 페미니즘으로 하여금 배웠다. 그 태도가 서로를 향한 무례가 아닌 환대로서 충분하고 충만하게 만날 수 있음을 나는 다른 지금-여기의 페미니스트들에게 배울 수 있었다. ‘각성한 타자가 세계와 불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몸에서부터 느끼도록 만들었지만 그것을 회피하지 않을 용기와 불화하는 것이 괜찮다는 신뢰’(p104)를 준 페미니즘은 지금도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페미니스트 모먼트’들을 가능케 한다. 우리는 서로를 발견하며 ‘계속, 끝까지,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고픈,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기도 한다. 서로를 마주하는 연결의 시간 속에 나는 오늘도 페미니스트로 나를 끄덕인다.

이 책이 출간됐을 때 읽고 밑줄 친 부분과 동일한 부분도 있지만, 새로이 끄덕이며 밑줄을 친 부분들도 많았다. 무엇이 됐든 그때도 이번에도 많은 밑줄이 그어졌다는 것을 보며 여전히 이 책이 내게 주는 유효한 사고들이 있다는 것을 느꼈고, 이들의 이야기가 누군가들에게로 가 닿아 만난 ‘페미니스트 모먼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논리적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아, 알아”라고 서로를 향해 끄덕여주었던 순간에 대해서도.

되돌아 길이 없어도 괜찮다. 되돌아갈 생각이 없으니까. 설령 힘들고 후회되는 순간이 올지라도, 언제나 그랬듯 혼자가 아님을 곧 깨닫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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