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곁이 되어주는 사람

엄기호,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by 수수

이미 나는, 또 어떤 경우 ‘우리’는, 당신은 이미 ‘곁의 곁’이 부재한 상황을 목도했는지 모른다. 그것은 나의 옆에서 일어나기도 하고, 나를 둘러싸고 일어나기도 하고, 나와 거리가 멀지만 알고 있는 공간에서 일어나기도 했을 테다.


곁과 곁의 확장과 파장을 생각하면 사실 어느 누군들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읽으면서 때론 따끔하여 울컥하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고, 아팠다. 그러나 또 읽으면서 떠오르는 곁이 있어 따뜻해지고 뭉클해지기도 했다. 바로 ‘사랑’은 나를 나로 존재하게 하는 큰 힘이기 때문이다.

어떤 순간 내가 고통의 곁인 사람으로 있을 때 내 곁에도 또 다른 곁들이 있어 내가 고통만을 마주하며 나를 파괴하지 않도록 지금의 곁을 잘 지켜내야지. 나도 곁의 곁이 되어주는 그 자리를 잘 만들어야지. 누군가의 곁을 지키는 사람이 스러지지 않게 내가 앞 뒤 때론 옆에서 단단하고 또 즐거움을 주는 곁이 되어줄 수 있도록.


하지만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자만하지 않도록 잘 살펴보아야지. 무턱대고 나서 내가 힘들어 결국 같이 더 많이 아파지지 않도록 나를 단단하게 쌓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지. 혹 내가 아무 말도 듣지 못하고 아무 말을 내뱉고 싶어지는 고통의 당사자가 될 수 있을지라도 내 곁에 누군가가 존재하고 또 그 곁의 곁에 누군가가 존재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의 우리가 그렇게 서로를 지켜주고 서로를 들어줄 수 있도록 그 자리를 잘 만들고 가꿔가야지.

고통의 겪는 이가 자기 고통의 곁에 설 수 있도록. 네가 어떤 고통 곁에 설 때, 내가 너를 받쳐줄 수 있도록. 내가 어떤 고통 곁에 설 때,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이 생각을 하며 결국 울어버렸네.

고마워. 미안해. 두 마음은 멈추지 않고 시소처럼 오르락내리락 내게 존재한다. 하지만 고맙다고 읊조린다. 사랑해주어 고마워. 사랑할 수 있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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