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리_다신, 태어나, 다시
영화 <다신, 태어나, 다시>는 한국의 형법상 낙태죄 폐지 운동을 다루며, 과거에 태어나지 못한 여자들을 상상하며 영화를 이끌어간다. 1990년, 여아 선별 낙태 생존자인 감독이 말하는 운 좋음에 내가 있다. 1986, 1988, 1990년에 운 좋게 죽지 않게 태어난 사람들에 나와 내 동생이 있다.
전적으로 내 관점에서는 나는 운이 좋게 딸이란 이유로 죽지 않고 태어났겠지만, 그 임신을 한 여성 입장에서는 운이 좋았던 것일지 잘 모르겠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을 수 있고, 했더라도 임신중절의 안전에 놓였다면 그때의 그는 지금의 그와 달랐을까. 지금의 내가 없을지라도 나는 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