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 밀러_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건 내가 원하는 인생이다. 나는 범주를 부수고 나왔다.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독서모임 책으로 읽었다. 선정한 이는 어떠한 사전정보도 없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고 한 북유투버가 추천했다고 했다. 책을 읽고 덮으며 나는 자꾸 웃음이 난다. 아니.. 이 엄청난 퀴어 로맨스 아니요… 하면서 혼자 자꾸 웃음이 났다. 물론 이것 역시도 맞지만, 도달하는 과정이 ‘퀴어’한 이 책을 다른 사람도 보아도 좋겠구나 싶고, 얼마 전 읽은 ‘셀 수 없는 성’과도 잘 어울리겠다 싶었다. 절대 권력터럼 존재해온 과학의 허구와 확실성과 유일성을 부술 요소들의 곁으로.
저자 룰루 밀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롤모델까지 될 뻔 했지만, 그를 좋아하며 파악해가면서 그가 우생학에 동의하고 대중적으로 기반을 만들려 한 것에 분노했다. 그는 자신이 모델로 삼으려했던 이를 넘어 혼돈의 세계에 서기로 했다. 자신으로서. ‘정상성’ 규범을 부수는 사람으로서. 그녀는 한 남성을 사랑했고, 자신이 그린 인생은 그게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아내와의 삶에 있어 “이건 내가 원하는 인생이다. 나는 범주를 부수고 나왔다”고 말했다. ‘어류’란 단일한 집단으로 만들어졌던 범주를 룰루 밀러 역시 부수고 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만난 세상은 꽤 근사했고.
그가 빠졌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어류학 문헌은 부정확하고 불완전”하며 “비교연구가 너무 적어서 활짝 열려 있는 분야로 보였고, 실제로도 그랬다.”고 했다. 부정확하고 불완전한 것에 대한 연구와 관점은 ‘퀴어’하게 갈 수도 있지만, 데이비드에게는 그러하지 못했다. 그는 ‘우생학’을 지지하며 미국에 들여온 사람들 중 하나이고, 열정적으로 가르쳤다. 무엇을? 우생학을. 그는 사회의 ‘부적합자’들의 불임의 합법화에 동의하고 주장했고 법제화도 ‘성공’했다. 청교도인임에도. 룰루 밀러는 여전히 미국이 우생학에 끈덕지게 달라붙어 있는 나라라고 말한다. 국립과학아카데미에서 누군가를 어떤 식으로 기억하는가만 보아도 그렇고. (이 책은 저자뿐 아니라 사회의 변화를 만들기도 했다. 우생학을 주장한 이의 이름을 단 공간의 이름을 바꾸는 등)
“넌 중요하지 않아”라고 늘 말하던 아버지의 삶과 달리 자신을 사랑하기 어렵기도 했던 룰루 밀러는 물고기라는 범주의 존재하지 않음을 발견하며 우리는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혼돈에는 상실과 파괴, 고통만 있지 않다. 인생이 혼돈이라는 것은 변함없지만, 그 혼돈 속에는 좋은 것, 사랑도 있음을 이제 알게 되었다.
“메리는 애나가 없었다면 수용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래, 이런 것. 이는 정말 대단한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죽는 것과 사는 것의 차이. 그게 아무 가치가 없다고? 바로 그때 그 깨달음이 내 머리를 때렸다.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는 깨달음. 애나가 중요하다는, 메리가 중요하다는 말. 혹은 이 책을 읽는 당신(넘어지지 않게 꼭 붙잡으시라)이 중요하다는 말.” 비록 우리가 서로의 인생을 공허하지도, 외롭지도 않게 만들 수 없고 구원하지도 구해내지도 못할지라도 당신과 나는 중요하고, 우리가 곁에 있음으로 우리의 인생은 오늘도 함께 흐를 수 있다. 그게 나를 살게 하는 유일한 것은 아닐지라도, 나를 살게 하는 요소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곰출판